[기고] 인간을 위한 기술: 기술적 접근 방법을 바꿔라
[기고] 인간을 위한 기술: 기술적 접근 방법을 바꿔라
  • 김현식 수석연구원
  • 승인 2020.08.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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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에스씨앤에스 수석연구원

1. 생존을 위한 기술 그러나 고비는 계속된다.

고대에 인간은 우연히 불을 발견하면서 음식을 익혀 먹고 밤의 어두움을 쫓아내며, 추위를 견디고 다른 동물의 위협을 물리치면서 생태계의 나약한 하등의 위치에서 그 최상위로 올라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결국 그 불을 만들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인류가 필요에 의한 기술을 발명하게 되는 시초이며 이것이 수세기를 걸쳐 문명의 토대가 되고 현재에 이르러 지구 밖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리고 지구 반대편의 땅에 사는 인류와 앉은 자리에서 보고 대화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다.

비단 도구를 위한 기술뿐만 아니라 여기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외상과 질병으로 인한 고통의 역사도 바꾸어 놓았으니 다양한 의학 및 관련공학이 발전되어 무병장수의 꿈을 이루는 지경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눈부신 기술과 과학의 발달에도 계속해서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미지의 위험성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으며, 이에 대한 분투는 여전한데 암을 비롯한 질병 외에 현세기에 인간을 괴롭히는 질병 하나가 바로 ‘치매’이다.

2.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치매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며 밝혀진 다양한 원인 이외에 또 다른 새로운 원인과 치료법을 개발해 내는 중이나, 이에 더하여 이미 치매 질환자에 대한 보호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중증 이상의 환자로 집중적 요양치료를 요하는 사람도 존재하지만 오히려 우리와 생활을 함께하는 초기·경도 치매 환자가 더 많다는 것을 염두 해두어야 할 것이다.

치매의 치료·요양기간이 평균 11년 이상이며 여기에 환자를 보호하는 보호자의 수는 최소 2~3명이다. 2018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유병율은 10%로 약 70만5,472명으로 추산되며 여기에 보호자의 수를 계산한다면 최소 환자를 포함한 210만에서 280만명 이상이 치매에 몰입되어 있는 지경이다.

요양시설에서 관리되는 환자의 경우는 특정공간에서의 관리와 요양, 치료가 가능하나 전체 60%수준의 초기·경도의 환자의 경우는 대부분 재가·거소의 형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몰입되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리라 추측할 수 있다.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약 2,074만원으로 추정되었으며, 국가치매관리비용은 약 14조6,000억원으로 GDP의 약 0.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65세 이상 치매환자 전체 연간 진료비는 약 2조3천억이며, 치매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약 344만원 수준이다. (2018년 중앙치매센터))

그러면 재가·거소 형태의 치매환자를 돌봄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을 무엇인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돌발적 거소 이탈’이 큰 문제 중 하나이다. 매해 치매환자(노인)의 실종 수는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3년 간 발생한 광주·전남 치매 노인 실종신고 수는 총 1,866건으로 광주▲2016 년 292건 ▲2017년 304건 ▲2018년 367건, 전남 ▲2016년 263건 ▲2017년 304건 ▲2018년 338건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실종 확인부터 신고를 접수하고 이를 찾기 위한 수색 및 인력의 출동과 발견까지의 골든 타임이 매우 중요한데 이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이 제안되었다.

그 방법을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에서 찾아보면, “첫째, 실종 위험이 있는 만 60세 이상 치매어르신의 옷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인식표를 보급한다. 인식표에는 어르신 별로 고유번호가 부여되어 있으며, 인식표는 치매어르신의 옷에 다리미로 다려 부착하면 된다. 둘째, 2가지 형태의 배회감지기를 통해 치매어르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한가지는 배회감지기(GPS형)와 이동통신을 통해 어르신의 위치를 가족들에게 전송함으로써 현재 위치 및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배회감지기를 대여하면 된다. 다른 하나는 매트형 배회감지기로 치매 어르신이 집밖으로 나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품으로, 어르신의 침대 밑이나 현관에 깔아 놓은 매트를 밟으면 램프등이나 알람이 울려 확인이 가능하다. 셋째, 실종에 대비해 경찰청에 치매어르신의 지문과 사진, 기타 정보를 미리 등록해 두었다가 실종되셨을 때 등록된 자료를 활용해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방법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무언가 이질감이 드는 구석이 있다. ‘인식표’라 함은 내가 누구인지 남에게 알려주는 표시이다. 내가 가진 질환의 내용을 제3의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찾는 입장에서는 아주 식별이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환자의 입장에선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극도의 개인사일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낙인’을 찍는 것이다. 어쩌면 이리도 배려가 없는 비인간적 방식인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사람의 통행이 많은 도심에서는 눈에 띄기라도 쉽겠지만 지방의 소도시나 약간이라도 외진 지역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는 심하게 말해서 전혀 쓸모가 없을 지경이다.

‘지문등록’의 경우는 어떠한가? 2019년 말, 광주전남 경찰과 지자체는 치매노인 사전지문 등록을 진행했는데 대상자 5만8,000여명 중, 16.6%인 9천600여명만 접수되었다. 이렇게 사전등록율이 저조한 원인은 보호자들이 지문사전등록제도를 ‘아동대상제도’로만 인식하거나, 치매·정신질환 병력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결국 남에게 나의 상황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이 보급의 크나큰 장벽이다.

그러면 기술적 요소를 결합한 배회감지기는 어떠한가? “정책브리핑”상의 매트형 배회감지는 감지구역이 매우 협소하기 때문에 거론하지 않기로 하고, ‘GPS’를 사용한 배회감지기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GPS는 위성간 통신으로 현재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술이다. 여기에 RTLS/LBS (Real Time Location System/Location Based System) 및 이동통신기술의 기술적 사상이 결합되어 현 위치에 대한 정보를 디지털화된 지도상에 표시하게 된다.

기술적 접근으로 보면, 이 장치를 환자에게 부착하여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하면 경로를 찾을 수 있으므로 돌발적 배회 시 그 장치에 대한 추적으로 쉽게 찾아 낼 수 있을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여기에 긴급호출기능까지 더하면 구호요청까지 받아 확실한 해결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수년 전부터 유사한 형태의 장치를 지자체나 국가 보조 또는 대기업의 기부형태로 개발하였고 획기적으로 사고가 감소하리라 예상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2013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고가의 장비를 본인부담금 2,970~5,200원을 주고 대여할 수 있는 배회감지기 대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청대상을 장기요양가입자 중 등급이 나온 환자에 한정돼 대여율이 낮다. 실제 2018년 1월~9월 광주 전남 대여건수는 272대에 불과하다.

기술적으로 GPS의 특성상 그 위치정보는 실외에서 정확도가 향상된다. 위성의 신호를 못 잡는 경우(실내)는 전혀 무용지물이며 여기에 배터리의 수명도 문제가 된다. 여기에 이동통신망을 사용하는 경우 사용료를 부가하게 된다.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더라도 이는 은근한 부담이 된다.

게다가 위치이탈을 환자가 스스로 인지하여 긴급호출을 하도록 하는 제품도 있었다. 인지능력이 저하된 환자가 돌발적으로 배회하고 있는데 그것을 인지하고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이것은 환자에 대한 인식부재로 엔지니어의 기술적 사상을 고집한 결과이다. 즉 맞지 않는 옷에 몸을 억지로 맞추라는 격이다. 후기의 제품들은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려 하고 (안심존 설정, 저전력망 사용, 자동통보기능 등) 일부 개선된 부분이 있으나 보급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신발형 배회감지기 '꼬까신'
신발형 배회감지기 '꼬까신'

최근엔 신발형 감지기가 지자체 지원으로 개발되었는데 생활 필수요소로 생각되는 신발(정확히는 안쪽 창에)에 GPS 및 전원과 통신장치를 내장한 것이다. 여러가지 기술적 요소를 결합하여 기존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으나, 최초의 기술적 사상과 실제 보급되어 나온 제품의 내용은 약간 다르다, 최초 신발에 LED와 표시부를 장치하고 전원은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 구현된 제품은 외관표시는 없어지고 충전도 마그네틱 접촉식 내장형으로 바뀌었다. 즉 시초에 생각했던 기술방향이 실제 적용될 때 변경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애초 처음 접근이 기술적 사상에 초점을 두고 정작 대상 환자의 특성은 그리 고려하지 못한 결과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생기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배회가 감지될 경우 지자체의 CCTV 관제실을 동원하여 추가적 동선을 확보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하니, 과연 제품의 기여도가 얼마나 되는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더욱이 돌발성 배회에 그 신발을 꼭 신고 나간다는 보장도 없으며, 가장 큰 문제인 지방 소도시 및 농촌 산간지역은 어떠할 것인지?

근래에는 독거 노인을 위한 AI 스피커 보급사업에 은근슬쩍 치매문제를 끼워 넣어 ‘독거=치매’라는 잘못된 개념을 만들고 이것이 치매치료에 도움이 되는 양 실적을 부풀려서 연구비를 지원받는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3. 지피지기(知彼知己) –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돌발성 배회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우선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대상, 즉 치매환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것은 기술적 사상에서 대상을 파악하지 말고 이들과 가장 밀접한 분야(의료인, 보호자, 간병인 등)의 의견을 듣고 기술적 사상의 적용 시 특성에 맞는 내용을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치매질환 특성상 기억력의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부면인데, 오래되고 친숙한 기억이 최근의 기억의 내용보다 더 오래 환자에게 남는 특징 같은 것이다.

또한 치매 질환 자체에 대한 접근과 이로 인한 다른 외과, 내과적 요인도 함께 고려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환자들과 밀접한 분야의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예전의 방식처럼 일일이 대면조사를 한다거나 설문지를 돌리는 그러한 방법은 현시대에 뒤떨어지고 코로나19 등의 상황으로 거의 불가능하니, 매체를 통하여 이들을 모으고 각 분야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현장에 필요한 수요(Needs)를 파악해야 그나마 성공적인 기술적 사상이 도출될 가능성이 생길 것이다.

단지 돌발성 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 위치추적 목걸이를 건다던 지 팔목에 힘으로 뜯어내지 못하게 부착을 하는 방식으로는 오히려 환자에게 강한 거부감만 키울 것이다. 더군다나 인식표 같은 반인간적 방법은 절대로 피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필요에 의하여 여러가지 기술을 개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편리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왔다. 치매환자라고 해서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어제의 우리 이웃이었고 형제자매들이었으며 친구였다. 그리고 우리들의 부모님들이었다. 그리고 당신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 치매라는 질환은 마치 공기와 같이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생활 속에 일부분처럼 되 가고 있다. 더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은 기술적 사상의 대상이 아니고 사람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들의 처지와 생각을 이해한 기술적 접근이야 말로 진정한 인간을 위한 기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현식 약력

㈜에스씨앤에스 수석연구원
㈜삼성전자 가전·PC 개발팀·첨단기술센터 근무
다수의 벤처·상장사 R&D 연구·기술분석기획
숭실대학교 대학원 전기공학과 졸업(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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