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폐경 여성, 치매 발생 앞당긴다"
"조기폐경 여성, 치매 발생 앞당긴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3.0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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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심장협회 EPI 2022 컨퍼런스서 여성 15만명 분석 결과 발표

조기폐경을 경험한 여성들에서는 치매 발생 위험이 30% 이상 증가한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평균 연령 60세로 15만명 이상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분석을 진행한 결과, 상대적으로 늦게 폐경이 진행된 인원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았으며 발병 시기도 더 빠른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심장협회(AHA)가 주관한 '역학, 예방, 생활습관 및 심장대사 건강(Epidemiology, Prevention, Lifestyle & Cardiometabolic Health, EPI|Lifestyle 2022)' 컨퍼런스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포스터 발표가 이뤄졌다.

책임저자인 중국 산둥대학 Wenting Hao 박사는 학회 발표를 통해 "여성들이 조기폐경에 따른 치매 발생 위험성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치매 예방전략을 세우는 것과 관련해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인지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기폐경 여성 치매 진행 35% 높아…"65세 이전 조기 발병 치매 위험도 UP"

조기폐경은 40세 이전에 정상적인 난소의 기능을 상실하는 것으로, 해당 연령에 속하는 인원에서 최소 4개월 이상의 무월경을 보이면서 혈액검사상 이상소견이 한 달 간격으로 2회 이상 관찰되는 경우가 해당된다.

관건은 이러한 조기폐경의 경우,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의 조기 결핍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러 중증 질환의 발생과도 직결된다는 대목이다. 실제 학계에서는 조기폐경으로 인해 장기간 지속되는 증상으로는 골다공증 및 심혈관계 질환, 치매 등의 발생을 언급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균 60세 여성 15만3,291명의 건강자료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연령에 따라 크게 세 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40세 이전에 폐경이 발생한 그룹(premature menopause)과 40~44세까지의 조기폐경 그룹(early menopause), 대조군(45~51세) 등이다. 이 외 52~55세 연령군 및 55세 이상 연령에서도 추가적인 비교를 시행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50세 전후 시점에 폐경을 경험한 여성(대조군)과 비교해 조기폐경을 경험한 인원에서는 추후 일부 치매 유형으로 진행할 위험이 35%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hazard ratio [HR], 1.35; 95% CI, 1.22 to 1.91).

더욱이 조기폐경 여성들의 경우, 65세 이전에 조기 발병 치매(early-onset dementia)를 경험할 가능성도 31% 더 높게 보고된 것이다(HR, 1.31; 95% CI, 1.07~1.72).

또 52세 이상 연령에 폐경을 경험한 여성은 평균 50세~51세에 폐경 경험 인원과 비슷한 수준의 치매 발생 위험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은 연령을 비롯해 인종, 교육수준, 흡연 및 알코올 사용, 체질량지수,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 소득, 여가 및 신체활동 등을 포함한 여러 고려변수들을 보정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에스트라디올 역할 지목…"성별에 따른 뇌건강 연관성 파악, 후속 연구 필요"

여기서 연구팀은 에스트로겐 수치 감소가 조기폐경과 치매 발생 사이의 밀접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에스트론 및 에스트리올 등과 함께 에스트로겐 호르몬으로 분류되는 에스트라디올(estradiol)의 역할을 지목했다. 실제 에스트라디올의 경우 에스트론에 비해 10배, 에스트리올에 비해 80배 강력한 효과를 보이면서 체내에서 실질적인 기능을 하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으로 평가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따르면, 난소의 여포에서 주로 생산되는 에스트라디올은 다양한 신경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조기폐경으로 인해 내인성 에스트로겐이 줄게 되면 퇴행성 뇌신경질환과 관련된 뇌 변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치매 진행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

Hao 박사는 논문을 통해 "장기적인 측면에서 에스트로겐이 부족하게 되면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뇌 노화작용을 증가시키게 된다"며 "결국 인지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보고된 '카이저 퍼머넌트 연구(Kaiser Permanente study)'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도출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45세 이하 연령에 폐경을 경험한 여성들의 경우, 45세 이후 폐경 인원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28% 더 높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이번 미국심장협회 컨퍼런스 발표 결과에는 해석상 제한점도 나온다.

연구팀이 "결과 분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연폐경과 수술로 인한 유도폐경(surgery-induced menopause) 여성을 구별해 치매 위험도를 평가하지 않았다"면서 "또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 대부분이 영국에 거주 중인 백인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는 데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이유에서다.

한편 온라인 포스터 발표에 대한 전문가 코멘트도 달렸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부회장인 Heather Snyder 교수는 "현재 남성보다 여성에서 알츠하이머 및 기타 치매 유형 발병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되지만 명확한 이유 만큼은 아직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성별에 따른 기여요인을 파악하거나 생식과 뇌건강 사이의 잠재적인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발표 논문 초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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