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질환 세균감염·알츠하이머 연결고리 '재확인'
치주질환 세균감염·알츠하이머 연결고리 '재확인'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3.25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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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PD 2022] 진지페인 억제제 'GAIN 연구' 추가 분석 발표
출처: AD/PD 2022 홈페이지.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있어 치주질환 세균감염을 주목한 '진지페인 가설(P. gingivalis 감염)' 검증작업이 임상근거를 쌓아 올리며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1세대 진지페인 억제제(lysine gingipain inhibitor)의 경우 간독성 등의 안전성 문제로 인해 임상평가가 차질을 빚었으나, 세균감염을 차단하는 차별화된 작용기전을 통해 인지저하를 늦추는 가능성만큼은 눈도장을 찍었다. 

더욱이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을 높인 경구용 저분자화합물로, 2세대 진지페인 억제제가 본격 임상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라 향후 개발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 국제컨퍼런스(AD/PD 2022)에서는 '아투자진스타트(atuzaginstat, 실험물질명 COR388)'의 대표적 2/3상임상인 'GAIN 연구'의 추가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이번 학회에 발표된 GAIN 연구는, 경도에서 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잡은 치료제 임상이었다. 임상에서 평가된 아투자진스타트는 미국 바이오벤쳐 코르텍심(Cortexyme)이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후보물질 중 하나였다.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균(Porphyromonas gingivalis, 이하 P. gingivalis)'이 생성하거나, 해당 균의 생존에 필요한 특정 독성물질(lysine gingipain)을 직접 억제하는 표적 작용기전이 핵심으로 정리된다.

그런데, 올해 1월 코르텍심은 돌연 아투자진스타트의 개발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고용량 투약 환자에서 간독성 및 빌리루빈 등의 간효소 상승 문제가 발생하며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중단 명령을 받은 여파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니었다. 회사 측이 아투자진스타트의 후속작으로 2세대 진지페인 억제제 'COR588'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동시에 내놓은 것이다. COR588은 작년 9월에 1상임상 단계에 진입한 후보물질로 1세대격에 해당하는 아투자진스타트의 임상분석에서 얻어진 연구 경험들이 다방면에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코르텍심은 GAIN 연구의 점증적 분석(incremental analysis)을 비롯한 새 바이오마커 임상 결과들을 올해 정기적으로 발표할 계획임을 공언한 상황이다. 여기서 점증적 분석은 새로운 임상데이터가 쌓일 때마다 추가로 분석을 실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번 AD/PD 컨퍼런스에 공개된 분석 자료의 경우, 코르텍심이 진행하는 진지페인 억제제 장기 임상프로젝트의 첫 번째 퍼즐에 해당되는 셈이다.

◆GAIN 연구 다시보기 '진지페인 억제제 혜택 확인, 안전성 평가엔 발목'  

치주질환 세균감염 가설에 힘을 실은 해당 GAIN 연구(NCT03823404)의 가능성은 작년 11월에 포문을 열었다.

제14회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컨퍼런스(Clinical trials of Alzheimer`s Disease, 이하 CTAD) 석상에서 발표된 추가 분석 결과, 복합 1차 평가변수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기긴 했으나 진지발리스균(P. gingivalis)을 고농도로 보유한 환자들의 경우엔 인지저하를 지연시키는 잠재적 혜택에 방점이 찍혔기 때문이다.

48주간 진행된 연구를 살펴보면, 경도에서 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 643명을 대상으로 아투자진스타트 치료를 통해 위약군과의 유효성을 저울질했다. 임상참가자들에 평가된 용량은 아투자진스타트 40 mg 또는 80 mg(1일 2회)이었다.

진지발리스균 감염과 알츠하이머병 사이의 연결고리를 파악하기 위한 최초의 임상이었던 만큼, 638명 임상환자들은 진지발리스균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뜻하는 혈중 항체 양성반응이 관찰됐다. 또 472명은 진지발리스균 항체(anti-P. gingivalis antibodies)를 보유한 경우였다.

여기서 일차 평가변수는 치료 48주차 인지기능 변화로, 알츠하이머병평가척도(ADAS-cog11) 및 일상생활수행능력평가(ADCS-ADL) 지표를 비교했다. 그 결과, 복합 1차 평가변수 비교상 두 지표 개선에는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침 등 타액에서 진지발리스균이 검출될 정도로 높은 세균 농도를 보인 환자 242명을 별도로 선정해 진행한 하위분석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아투자진스타트 고용량(80 mg 1일 2회)을 투약한 경우, ADAS-cog11 지표 기준 인지저하를 57% 둔화시키는 결과가 관찰된 것이다.

관건은 안전성 평가였다. 분석에서 간 이상반응 발생 비율이 다소 높게 관찰됐기 때문. 문제로 지적되는 간효소 상승의 경우, 아투자진스타트 40 mg 및 80 mg을 1일 2회 투약한 환자군의 각각 7%, 15%에서는 정상 상한치의 3배 이상(위약군 2%)에 달하는 간효소 상승이 확인된 것이다. 다만, 아투자진스타트 치료군에서는 미세출혈과 뇌부종, 표재성 철침착증(superficial siderosis) 등의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발생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3개 지표 중점 분석…"고농도 세균 보유 환자, 타우 및 뇌용적 변화 주목"

이번 학회에 공개된 추가 분석 결과에서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표적 작용기전(Mechanism of Action) 관련 개선효과 및 ▲뇌척수액(CSF) 검사상 바이오마커 변화 ▲MRI 영상검사상 뇌용적 측정지표(Brain Volumetric Biomarker) 변화 혜택 등이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먼저 아투자진스타트 표적 작용기전과 관련한 인지저하 개선혜택은 비교적 명확했다. 아투자진스타트를 투약한 환자들의 경우,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진지발리스균의 생존에 필요한 라이신 진지페인(lysine gingipain)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것. 더욱이 이러한 억제작용을 통해 진지발리스균을 높은 농도로 가진 인원들에서는 인지저하 진행을 30~50%까지 지연시킨다고 보고한 것이다. 이는 앞서 보고된 결과와도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이어 CSF 바이오마커 측정지표에 대한 추가 분석에서도 수치적인 혜택이 관찰됐다. 여기엔 뇌 타우엉킴 현상을 대변하는 지표로 인산화된 타우(phospho-tau 181, 이하 p-tau181) 및 총 타우 수치 변화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분석 결과 해당 타우 수치들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일관된 경향성이 확인됐다"며 "이 같은 긍정적인 경향성은 사전에 지정된 PG-DS (gingivalis DNA status) 하위분석 결과에서도 나타났는데, 진지페인 가설 및 후보물질의 유효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밝혔다.

아울러 탐색적 변수로 사용된 MRI 영상검사상 뇌용적 측정 지표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양측 해마 용적 및 피질 두께, 전체 뇌용적 등이 비교됐는데, 세 가지 뇌용적 측정지표에 있어 모두 아투자진스타트 치료군에서 더 낮은 감소율을 보고했다는 대목이다. 특히 PG-DS 하위분석에서는 이러한 혜택이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뇌용적 측정을 분석한 결과 GAIN 연구의 일차 평가변수였던 알츠하이머병평가척도(ADAS-Cog11) 및 일상생활수행능력평가(ADCS-ADL) 지표와도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면서 "이는 알츠하이머병 진행에 있어 진지발리스균 세균감염의 역할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경퇴행(neurodegeneration)을 비롯한 다양한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 영역에서 라이신 진지페인 억제제가 가진 영향력을 분석 중에 있다"면서 "이번 결과에서도 진지발리스균 감염이 알츠하이머의 병리적 변화를 놓고 핵심적인 업스트림(upstream) 역할에 관여할 것이란 사실을 시사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르텍심의 의료총괄책임자인 Michael Detke 박사는 학회 발표를 통해 "GAIN 연구의 추가 분석 데이터는 진지페인 억제제 파이프라인을 발전시키는 데 주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면서 "작용기전에 대한 임상근거들을 확대하고 치료적 혜택이 기대되는 환자를 감별하는 것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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