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최초의 표적 항체 신약인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이 정부 보험지원책을 놓고도 연거푸 고배를 마시게 됐다.
작년 6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신속허가 이후 치료제의 실효성 의혹과 안전성 이슈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정부가 인정한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이 아닐 경우 치료제의 보험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통지서를 받게 된 것이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보험서비스센터(CMS)가 지난 7일(현지시간) 아두카누맙의 보험적용 기준을 최종 공지하며 "정부기관이 인정한 적격 임상(무작위임상연구 등)에 등록된 환자들로 제한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시켰다.
당초 예정일인 4월 11일보다 앞당겨 발표된 이번 CMS의 '알츠하이머 치매 항체 신약 보험가이드라인'은, 올해 1월 중순경 공개된 초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적 기조를 유지했다. 미국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지원 서비스의 경우, 센터가 인정하는 임상참여자들로 한정해 보험적용을 인정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CMS는 가이드라인 발표를 통해 "현재 아두카누맙과 관련해 논의되는 유효성과 안전성 문제는 여러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차후 대규모 시판후조사 등을 거쳐 정식승인을 이어가게 된다면 추후 보험 적용범위의 확대를 고려해보겠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와 관련한 적격 임상 조건은 세 가지 평가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항아밀로이드 단일클론항체가 인지 기능 개선 등의 유의한 임상적 유익성을 가지는가 ▲계열약 대표 부작용인 뇌부종 및 미세출혈 등의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이상반응의 경우, 치료 대상환자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가 ▲해당 치료제가 가진 유효성과 안전성은 치료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가 등을 명확히 평가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아두카누맙 시장평가 '부정적'…'판매 중단 카드 만지나?' 고심 깊어진 바이오젠
시장 일각에서는 해당 결정이 이미 예견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미국FDA가 작년 6월 알츠하이머 치매 분야 최초의 항체의약품으로 아두카누맙의 신속심사를 결정하는 과정을 놓고 실효성 부족과 안전성 문제 등 여러 논란이 일었다. 특히 제약사가 진행한 3상임상들에 대한 피어리뷰 결과 발표가 지체되고 있다는 사실을 놓고도 약물 자체의 효과를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높았던 터였다.
가이드라인의 최종본이 발표되기 3주전인 지난 3월 16일(현지시간), 바이오젠은 국제학술지 JPAD (The Journal of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에 아두카누맙의 대표 3상임상(EMERGE 및 ENGAGE 연구) 두 건에 대한 피어리뷰(peer-reviewed manuscript) 결과를 공개했다.
전문가 동료평가(피어리뷰)를 통한 '아두카누맙 100 mg/mL 정맥주사제'에 대한 유효성 및 안전성 진단 결과엔 평가가 엇갈렸다. 한 쪽은 일부 치료 용량에 한정해 개선혜택이 보고되기는 했으나, 나머지 연구에선 주요 평가지표 달성에 실패하며 '실효성 없음'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앞서 2월 미국신경과학회(AAN)가 임상근거에 초점을 맞춘 자체 보고서를 통해 "현재 공개된 아두카누맙의 임상자료만으로는 실효성과 안전성이 불분명하다"고 입장을 낸 것과 다르지 않은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개발사인 바이오젠의 경우, 아두카누맙의 미국 판매를 중단하는 것을 포함해 한동안 고심이 깊어질 모양새다. CMS 가이드라인의 최종본이 발표되자 시장관계자들은 "아두헬름에 대한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이 사라졌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바이오젠은 이번 결정이 "아두카누맙의 보장성 확대에 제동을 거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회사는 "알츠하이머병을 적응증으로 한 가장 큰 규모의 임상조차도 등록되는 환자수가 수천명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이 같은 적격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는 의료자원에 접근성이 높은 인원에 한정될 수 있다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 후속 단일클론항체 약물들에까지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데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신속승인 절차를 밟기 시작한 바이오젠과 에자이제약의 후속 신약 '레카네맙(lecanemab)'을 비롯해,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도 영향권에 있다.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 및 레카네맙과 관련해 추가 임상데이터가 나오는 즉시, CMS에 이번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의 대규모 시판후조사(PMS)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시판후 4상임상인 'ENVISION 연구'의 임상계획서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ENVISION 연구의 경우, 아두카누맙이 2021년 6월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신속승인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걸린 FDA의 요구사항이기도 했다. 현재 시판허가가 최초로 결정된 미국지역에서는 아두카누맙의 임상적 혜택을 확인하기 위한 시판후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9년간 판매를 진행할 수 있다.
바이오젠은 입장문을 통해 "위약대조군연구 방식으로 진행되는 임상의 첫 번째 환자 선별작업은 오는 5월경으로 계획잡고 있다"면서 "본 연구는 최대 48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두카누맙의 시판후조사는 오는 2026년 종료하게 된다.
회사 측은 "임상참가자들의 인종적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 아프리카계 미국인 및 라틴계 인원들의 등록 비율을 최소 18%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시판후조사의 통계적 검증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베타 아밀로이드 덩어리가 침착된 경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모집수를 기존 1,300명에서 1,500명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