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과 고셔병을 타깃으로 한 차세대 '유전자 조절물질(알로스테릭 조절제)'이 알츠하이머병에도 치료 가능성을 내비쳤다.
비임상 평가 결과, 독성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경독성과 염증반응 모두를 감소시키는 유효한 혜택이 관찰된 것이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신경세포에 신호전달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생존능까지 늘린 것으로 보고됐다.
아직은 개발 초기단계로 본격 임상 진입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대표적 퇴행성 뇌신경질환인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를 동시에 겨냥했다는 데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소재 바이오테크 게인 테라퓨틱스(Gain Therapeutics)가 개발 중인 'GBA1 유전자 변이' 관련 퇴행성 뇌신경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이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 바이오마커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 수치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주인공은 'STAR (structurally targeted allosteric regulator, 구조적 표적 알로스테릭 조절제)' 분자화합물로 명명됐으며, 해당 후보물질을 투약한 알츠하이머 세포 모델(cellular model)에서는 이 같은 개선혜택이 두드러진 것이다.
STAR 화합물의 경우, 게인 테라퓨틱스가 독점적 라이선스를 보유한 'SEE-Tx (site-directed enzyme enhancement therapy) 약물 발견 플랫폼'을 통해 표적 알로스테릭(allosteric) 부위에 결합하게 된다. 이후 단백질 잘못접힘(misfolding)이 발생한 베타-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glucocerebrosidase, 이하 GCase) 효소의 활성을 안정화시켜 신경세포의 손상을 복원한다는 것이 핵심 개념으로 정리된다.
여기서 SEE-Tx 플랫폼은 타깃 단백질의 3차원(3D) 구조를 감지해, 약물 결합부위의 친화도를 식별하고 예측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때 언급되는 알로스테릭 효과는 '다른자리 입체성조절작용(allosteric regulation)'을 의미하는 것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활성물질이 효소나 단백질의 활성부위가 아닌 다른 자리에 결합하면서 생화학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게인 테라퓨틱스는 입장문을 통해 "STAR 분자는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과 생존능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해당 분자물질은 파킨슨병 임상프로그램에 이어 알츠하이머병에서도 잠재적인 개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GBA1 돌연변이 주목…"리소좀 효소 저장장애 및 알파 시뉴클레인 축적"
실제로 작년 9월, 게인 테라퓨틱스는 희귀 유전병인 고셔병(Gaucher disease)과 파킨슨병을 표적으로 하는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GT-02287(실험물질명)' 및 'GT-02329'에 대한 비임상연구의 톱라인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독자 개발한 약물 발견 플랫폼을 접목시켜 GCase의 활성을 늘리고, 해당 질병의 문제로 지목되는 알파-시뉴클레인(alpha-synuclein)의 축적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개발 상황을 짚어보면, 신경병증성 고셔병과 GBA1 유전자 관련 파킨슨병 환자에서 얻어진 '유도만능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이하 iPSC)' 유래 대뇌피질 및 도파민성 뉴런을 사용한 연구 결과 해당 실험물질은 GCase 단백질 수치를 증가시키고, 리소좀(lysosome)으로의 수송 및 효소 활성작용을 늘리는 것으로 보고됐다.
GCase 효소의 경우, 세포 재이용(recycling)에 관여하는 리소좀에 중요한 구성 요소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두 개 실험물질 모두에서는 도파민성 신경뉴런에 문제를 일으킨 알파-시뉴클레인-p129(α-synuclein-p129) 수치를 감소시키는 한편 GBA1 돌연변이와 관련한 파킨슨병 치료에도 잠재적 유용성이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유전자적 관점에서 치료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데 많은 이목이 쏠린다. 치료제 개발에 핵심이 되는 GBA1 유전자 돌연변이의 경우, 파킨슨병과 시뉴클레인병증(synucleinopathy) 진행 등에 가장 흔한 유전적 위험인자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회사는 "주요 분석 결과를 보면 STAR 화합물은 GBA1 변이가 유발하는 파킨슨병에 직접 작용하는 새로운 유망 치료옵션으로 기대를 모은다"며 "독자적인 약물 플랫폼을 통해 해당 뇌신경질환자들에 치료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GCase 활성, 독성 단백질 축적과 연관 "STAR 투여 신경독성 및 염증 감소"
이와 관련해 학계에서는 GBA1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고셔병이라는 리소좀 효소(lysosomal enzyme) 저장장애가 유발됨과 동시에 알파-시뉴클레인의 비정상적인 축적을 촉발시키고, 결국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고셔병 환자에서는 루이 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 및 파킨슨병 진행 위험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뉴런과 기타 각종 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알파-시뉴클레인의 과도한 응집반응은 파킨슨병 및 루이소체 치매 등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논의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알파-시뉴클레인은 세포에서 세포로 전달되어 뉴런의 기능부전 및 손상을 유발시키고, 파킨슨병 발병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판단된다.
관전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아직은 초기 임상평가들이 진행되는 분위기지만, GCase 수치 및 활성도 감소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과도 밀접한 연결고리를 시사한다는 대목.
해당 효소의 감소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의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의 비정상적인 응집체 형성과도 연관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신경세포에서 특징적으로 관찰되는 독성이 강한 '베타 아밀로이드-42' 및 '과인산화된 타우(pTau)' 단백의 응집과도 영향력을 주고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회사가 최근 공개한 알츠하이머 세포 모델 분석 결과에서도, 이 같은 잠재적 혜택에는 가능성이 찍혔다. STAR 화합물을 투약한 알츠하이머 모델의 경우,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이 축적될 때 발생하는 신경독성과 염증반응이 감소된 것이다. 더불어 신경세포 신호전달에 중요한 신경돌기 및 세포의 생존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는 앞서 진행된 파킨슨병 마우스(쥐) 모델 평가 결과, 신경염증 감소를 비롯한 알파-시뉴클레인 수치와 운동장애 등을 개선시킨 것과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인 테라퓨틱스는 "용량의존적으로 GCase 단백질을 안정화시키는 STAR 분자의 메커니즘이 알파-시뉴클레인을 비롯해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의 수치 개선에도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적인 특징들을 개선할 수 있다는 데 기대가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