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관 장애와 알츠하이머병 발생 사이에 유전적 연결고리가 포착돼 귀추가 주목된다.
최신 연구 결과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같은 위장관 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적 변이를 보유한 인원의 경우, 추후 뇌건강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뇌·장관 축(gut-brain axis)' 가설을 근거로 위장관 장애와 알츠하이머병에 유전적 연관성을 평가한 코호트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communications biology' 7월 1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책임저자인 호주 에디스코완대학 정밀의료센터 Emmanuel Adewuyi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전장유전체 데이터와 여섯 가지 위장관 장애의 유전자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각 그룹에서 다양한 질병 관련 유전자(disease-specific genes)들이 동일한 유전자좌(loci·유전자가 위치하는 자리) 또는 염색체 위치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과는 이러한 질병 발생 사이의 유전적 연관성을 조사한 최초의 실마리 정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장관 축 가설' 유전적 연관성 조사…"콜레스테롤 저하 스타틴 연구 추가평가 필요"
통상 학계 전문가들은 위장관 장애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을 놓고 어느 정도 상호 영향력을 주고받을 것으로 내다보는 상황이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 분야에서는 감염가설을 기반으로 한 장내 미생물 및 대사산물의 조절에 초점을 잡은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확장된 '뇌·장·미생물 축(microbiota-gut-brain axis)' 가설은 장관계 신경계통과 중추신경계(CNS) 사이에는 양방향 소통(bidirectional communication)을 주고받으며 신경염증을 비롯한 뇌혈관장벽(BBB)의 기능,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을 조절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기전에도 관여한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뇌의 기능장애가 장내 미생물 분포에 영향을 주는 것과 더불어 미생물총의 상태 변화가 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이에 대한 근거로 "2020년 진행된 종단연구(longitudinal study)에 따르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는 인원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6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지만 뇌·장관 축 가설과 관련해 유전적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연구의 관건이 된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경우 아직 명확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장의 운동이상을 비롯한 감각이상, 뇌-장관 상호작용, 감염 후에도 지속되는 염증, 면역체계 이상,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 유전적 소인, 정신사회적 요인 등이 거론되고 있다.
Adewuyi 박사는 "본 연구는 알츠하이머병과 장질환이 동시에 발병한 환자에서 질병 발생의 배후에 있는 유전적 인자들을 연구하는 데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살펴보면, 앞서 수행된 전장유전체관련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 자료를 기반으로 조사가 시행됐다. 여기엔 알츠하이머병 및 위식도역류질환, 궤양, 위염-십이지장염, 과민성대장증후군, 게실증(diverticulosis), 과민성 대장장애 등 환자의 유전자 데이터가 활용됐다.
최종적으로 45만명의 인원을 분석한 결과, 과민성 대장장애를 제외한 모든 위장관 장애의 경우 알츠하이머병과 유전적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러한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로, 두 개 질환자들에서 보고된 비정상적인 콜레스테롤의 양적 변화가 지목됐다. 콜레스테롤의 변화가 알츠하이머병과 장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관찰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추후 연구에서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인 스타틴을 사용해 위장관과 뇌를 보호하는 혜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상관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두 가지 질환 사이에 인과관계를 평가한 것은 아니"라며 "위장관 문제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해당되질 않는다"고 전했다.
끝으로 "건강 유지에 있어 식이요법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다"며 "우유 등의 유제품 섭취를 제한하고 천연 지방과 채소가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Mediterranean diet)'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 Adewuyi, E.O., O’Brien, E.K., Nyholt, D.R. et al. A large-scale genome-wide cross-trait analysis reveals shared genetic architecture between Alzheimer’s disease and gastrointestinal tract disorders. Commun Biol 5, 691 (2022). https://doi.org/10.1038/s42003-022-036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