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로 보청기 보급 확대와 급여화가 추진되면서 변화와 실현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의 경우 대한이과학회가 급여화에 앞장서고 있다. 난청 관리체계 구축의 치매예방 효과에 따라 급여화로 보청기 보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미국에서도 보청기 보급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오는 10월부터 경증‧중등도 청각장애 환자의 보청기 구매 요건인 처방전 발급을 전격 폐지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이과학회는 귀의 날을 맞이해 개최한 '귀 건강 포럼'을 통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3분의 1이 난청임을 고려해 국내 보청기 급여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보청기 확대는 세계적인 고령화로 더욱 힘을 얻는 추세다. 민간보험의 의존도가 높은 미국도 보청기의 사용 장벽을 낮추기 위해 일반 판매(OTC) 확대로 정책을 선회했기 때문.
FDA는 지난 8월 OTC 보청기를 건강검진이나 처방전 없이 일반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규칙 변경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민의 의료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청기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기술 혁신과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해당 규칙은 경증에서 중증의 청력 손실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고도 난청용 보청기 구매 조건의 완화는 이번 규칙에서 제외됐다.
미국 보건복지부 자비에 베세라(Xavier Becerra) 장관은 "이번 조치에 따라 수많은 미국인이 저렴하고 효율적인 보청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FDA에 따르면 이번 조치를 통해 미국에서만 3,000만 명에 가까운 성인이 보청기 사용 혜택을 볼 전망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미국과는 다소 상황이 다르지만, 보청기 보급 확대라는 목표는 동일하다.
한국은 현재 60dB 이상 난청이 양쪽에 있는 경우만 청각장애인으로 인정돼 100만 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반면, 중등도 난청(40~59dB)은 보청기 구매에 별도 지원금이 없다.
이과학회는 보청기 급여화가 경제적 취약 노년층에서 난청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치매로의 이환을 늦추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미국과 달리 이미 일반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보청기를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과학회는 올바른 보청기 사용을 위해서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청기를 조절(fitting)하는 과정에도 이비인후과 의사의 역할이 필수적이며, 주파수별 난청에 동반된 이과 질환이 달라 보청기의 선택과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문일준 교수는 "생애 전 주기적 난청 관리가 어렵다면 고령층에 대한 급여 우선 적용이 필요하다"라며 "난청은 개인의 단순 노화 현상이 아닌 치매 관리에 효율성을 가진 국가적 관리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고령층의 보청기 급여화를 우선 실행하기 위해서는 약 250억 원의 건강보험 예산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본인 부담율을 50%로 설정하고, 급여 수급률을 30%로 추계한 수치다.
◆난청과 치매 발병의 연관성 국내연구 '활발'
한편 국내에서도 청각과 치매 발병에 관한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팀은 난청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각 및 언어인지와 관련된 대뇌피질 위축 정도가 심해진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난청이 지속하면 뇌 기능이 떨어져 치매의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보청기 사용으로 꾸준히 청각 피질을 자극하는 대뇌 건강 유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박민현 교수팀도 치매환자의 청력 손실이 기억력 감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전도성 난청 유도 동물실험을 통해 청력 손실이 치매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분석한 결과다. 행동평가 실험 결과, 난청이 유도된 실험군은 치매 증상만을 가진 대조군에 비해 공간을 기억하는 능력의 저하가 확인됐다.
박현민 교수는 "청력 손실이 치매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진 기억력 감소를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에 난청을 보유한 치매 환자는 청력도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보청기 보급 확대를 위한 국내외 움직임이 활발함에 따라 정책 개발을 위한 다양한 추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