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테네루맙 임상 실패 논란, 전문가들 "전체 계열약 부정은 금물"
간테네루맙 임상 실패 논란, 전문가들 "전체 계열약 부정은 금물"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11.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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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협회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 임상 계속돼야, 개별 약제 평가 중요"
출처: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Association) 홈페이지.

다국적제약기업 로슈가 성공을 자신했던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신약 '간테네루맙(gantenerumab)'의 임상 실패 소식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치료제의 개발 중단 이슈를 넘어, 알츠하이머 발병과 관련해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전체 신약 후보물질들에 부정적 인식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계 전문가들은 계열약 내에서도 단백질 표적 부위와 범위가 서로 다르고, 치료제들의 임상 분석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는 데 추가적인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로슈는 간테네루맙의 3상임상 'GRADUATE I 및 II 연구' 분석 결과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적 혜택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간테네루맙 피하주사제형 등을 포함해 약제의 내약성은 비교적 양호했으나, 1차 평가변수로 잡힌 임상적 지표를 개선하는 유효성 달성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고된 것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의 입장은 여전히 신중론을 강조하고 있다.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Association)는 이번 결과에 성명서를 내고 "추가적인 분석을 통해 환자에 베타 아밀로이드반의 제거가 인지저하를 지연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아밀로이드 가설을 기반으로 한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임상평가가 진행되고 있다"며 "알츠하이머에 병리적 특징 중 하나인 해당 독성 단백질들에 치료제가 모두 다르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짚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번 결과에 실망보다는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들이 가진 유효성과 안전성 평가가 계속돼야 한다"며 "각각의 새로운 치료법들을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의견을 밝혔다.

알츠하이머병 약물발견재단(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 ADDF)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간테네루맙 임상에서 보고된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ADDF 공동설립자인 Howard Fillit 박사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이지만, 항아밀로이드 치료법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전략의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앞서 9월 톱라인 결과가 선공개된 동일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신약 '레카네맙(lecanemab)'의 행보로도 설명된다.

레카네맙은 다국적제약기업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합작한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로 글로벌 허가에 핵심 축을 담당할 3상 확증임상 'Clarity AD 연구' 결과, 치매의 중등도를 평가하는 임상치매척도(CDR-SB) 지표를 27% 개선시키며 유효성 근거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는 간테네루맙이 해당 지표를 놓고 6~8%의 개선효과를 보고한 것과는 분명 비교되는 지점이다.

이에 따라 레카네맙은 미국식품의약국(FDA)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rescription Drug User Fee Act, PDUFA)'에 따라 오는 2023년 1월 6일 내 최종 허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결국 베타 아밀로이드반을 제거하는 동일한 표적 작용기전을 가졌으나, 계열 약물의 효과가 모두 동일하지 않다는 추가적인 근거가 만들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ADDF는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 약물 임상에서 관찰된 결과들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다양한 아밀로이드 및 비아밀로이드 치료법이 시장에 진입해야 된다는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알츠하이머병 분야 다양한 유망 파이프라인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여러 약제들의 병용요법과 개인별 맞춤치료 전략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알츠하이머 전문가들에 의한 끈질긴 노력으로 신약의 효과를 보다 효율적으로 측정해 엄격한 임상분석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결과물 중 하나"라고 전했다.

레카네맙과 간테네루맙의 전체 임상 결과는 오는 11월 말 열리는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컨퍼런스(CTAD) 석상에서 공개될 예정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로슈가 공개한 이번 톱라인 결과를 살펴보면, 3상임상에는 30개국 1,965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27개월 동안 위약과 비교해 간테네루맙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저울질했다. 이들은 알츠하이머병 및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한 경도인지장애(MCI) 환자가 주요 대상으로 잡혔다.

116주 동안의 추적관찰 결과, 간테네루맙을 사용한 활성치료군의 경우 위약군과 비교해 CDR-SB 지표 평가 결과 임상적 지표 감소율이 GRADUATE I 및 II 연구에서 각각 8%, 6% 수준으로 확인됐다.

CDR-SB 지표와 관련해, 연구 시작시점 대비 GRADUATE I 및 II 연구에서 각각 -0.31(p=0.0954), -0.19(p=0.2998)의 임상적 감소가 느려진 것이다. 이마저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축적되는 비정상적인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반의 제거 수준도 예상보다 낮았다는 대목이다. 

약물 안전성 평가에선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 치료제들에 대표적 중증 이상반응으로 언급되는 뇌부종 및 미세출혈 등의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부작용 이슈도 적지 않았다. 

관건이었던 뇌부종 등의 ARIA-E 발생 비율을 짚어보면, 간테네루맙 치료군에서 ARIA-E의 발생률은 25% 수준이었으며, 대부분은 무증상이었고 치료 중단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또한 뇌출혈 등의 ARIA-H 발생률은 간테네루맙 치료군과 위약군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했다. 다만, 회사는 ARIA-H 발생률에 대한 명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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