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환자, 여성이 많은 이유? "USP11 유전자 존재 주목" 
알츠하이머 환자, 여성이 많은 이유? "USP11 유전자 존재 주목"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11.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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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염색체서 발견 "여성 2개·남성 1개"…"유전자 억제 표적약 개발 필요"
자료사진.

알츠하이머의 유병률을 놓고 성별에 따른 차이를 유전자적 관점에서 설명한 최신 조사 결과가 나왔다.

X염색체에서 발견되는 'USP11'이라는 유전자가 그 주인공으로, 남녀 성염색체의 차이에 따른 유전자적 활동이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새롭게 보고한 것이다. 

미국의 연구 중심 사립대학교로 평가되는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ell' 2022년 10월 1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연구명: X-linked ubiquitin-specific peptidase 11 increases tauopathy vulnerability in women).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태생적으로 여성의 경우 X염색체를 2개 가지고 있으며, 남성은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각각 1개씩 가지고 태어난다. 이때 X염색체에 존재하는 USP11 유전자가 알츠하이머의 유병률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미국의 65세 이상 알츠하이머 환자 600만 명 중 3분의 2 정도가 여성으로 집계된다"며 "이번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의 성별 차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표적 치료법 개발에도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USP11 유전자는 특이적으로 X염색체에서 발견되는데 결국 모든 여성에서는 USP11 유전자를 2개, 남성은 1개가 존재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성, 독성 타우 단백에 상대적으로 취약…실험용 쥐 USP11 유전자 제거 "뇌 활동 정상적"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연구팀은 뇌에 축적되는 독성 단백질 중 하나인 타우(tau) 단백의 제거와 관련해 USP11 유전자와 '유비퀴틴(ubiquitin)'의 역할에 주목했다.

책임저자인 David E. Kang 교수는 "우리의 뇌도 다양하고 유독한 노폐물들을 생성한다"며 "뇌에 쌓인 노폐물 중 하나가 타우 단백이다. 타우가 너무 적어도 신경세포가 손상될 수 있으며, 지나치게 많은 타우 단백이 축적될 경우도 독성반응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등과 같은 퇴행성 뇌신경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관건으로 지목된 인자들이 USP11 유전자와 유비퀴틴이다. 먼저 유비퀴틴은 수명이 다한 단백질에 결합해 단백질 분해과정에 참여하는 인체 내 단백질로, 76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졌다.

통상 뇌는 독성 타우 단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생성된 타우 단백을 제거하라는 신호를 유비퀴틴에 보내게 된다. 여기서 USP11 유전자가 맡은 임무가 유비퀴틴의 활동을 조절하는 효소를 생성하도록 지시한다는 대목이다. 

따라서 USP11 유전자로 인해 너무 많은 효소들이 만들어지거나, 또 그 반대의 경우라도 뇌의 타우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된 것이다.

연구팀은 "생쥐와 인간을 대상으로 한 모든 연구에서 USP11 유전자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치매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그렇다. 더욱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성별에 관계없이 USP11 수치가 훨씬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결과는 과도한 타우 수치와 관련해 여성이 남성보다 더 취약한 근거들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여성이 남성보다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이유들을 보다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USP11 유전자의 활동을 비활성화할 경우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어떠한 혜택이 있는지를 동시에 평가했다. 다만, 연구의 윤리적인 측면을 고려해 마우스 모델(실험용 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실제로 USP11 유전자를 완전히 제거하는 유전자조작(gene manipulation) 방법을 통해 실험용 쥐들에서 관찰되는 변화들을 추적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연구팀은 "실험용 쥐들의 성장은 정상적이었고 뇌의 상태도 좋아 보였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현재 인간을 대상으로 유전자를 제거하는 작업은 불가능하고 윤리적이지도 않다"며 "하지만 질병과 관련해 특정 유전자의 활동이 문제가 된다면 약물을 이용해 해당 유전자를 부분적으로 차단하거나 유전자의 발현을 줄일 수는 있다"고 제안했다.

Kang 교수는 "추후 임상을 통해 USP11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들을 발굴할 경우 여성 인구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관건은 이러한 치료법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과정은 적어도 10년에서 15년은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USP11 유전자의 활동을 표적으로 할 수 있는 약물 후보군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예정"으로 전했다.

<참고자료> Yan Yan, Xinming Wang, Dale Chaput, Min-Kyoo Shin, Yeojung Koh, Li Gan, Andrew A. Pieper, Jung-A.A. Woo, David E. Kang, X-linked ubiquitin-specific peptidase 11 increases tauopathy vulnerability in women, Cell, Volume 185, Issue 21, 2022, Pages 3913-3930.e19, ISSN 0092-8674, https://doi.org/10.1016/j.cell.2022.09.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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