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두헬름의 교훈
[칼럼] 아두헬름의 교훈
  • 양인덕 발행인
  • 승인 2023.01.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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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멘시아뉴스 양인덕 발행인.
디멘시아뉴스 양인덕 발행인.

최근 인류가 정체모를 코로나 감염증에 대처하느라 부심하는 사이 한켠에선 이미 알려진 질병으로 신음하는 환자들이 늘어가고 있었다. 그중 치매는 범세계적 인구증가와 고령화로 대략 30년 후엔 환자 수가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 한국은 300만, 미국은 1,400만, 세계 전체로는 1억 5,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美식품의약국(FDA)이 2021년 6월 7일 아두헬름(Aduhelm: Biogen社 개발 치매신약)의 시판을 승인했다는 소식에 세상은 난치병이 곧 치유되리란 기대감으로 환호했다. 하지만 그 약은 상당한 고가임에도 막상 세간의 기대만큼 효과적이거나 안전하지 못했으며, 의료보험 혜택마저 쉽사리 주어지지 않아 실낱같은 희망을 간직해온 환자와 가족들의 안타까움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해만 가는 듯했다.

작년 12월 29일 美의회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아두헬름 승인과정에서 FDA가 심사규정을 위반하고 이례적인 절차에 따라 Biogen과 협력해왔음을 지적했다. 그 보고서에는 2021년 6월부터 하원 산하 감독·개혁(Oversight and Reform) 및 에너지·상업(Energy and Commerce) 위원회가 18개월 간 합동조사한 '아두헬름 승인과 출시 과정상 문제점'이 수록됐다. 이에 주요 외신은 아두헬름의 약효와 안전성, 그리고 가격책정 및 의료보험 적용상 의혹을 제기하며 일제히 대서특필했다.

美의회보고서에 담긴 쟁점 사안들을 논리전개 구조에 따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FDA 공무수행 방식의 절차적 정당성이 도마에 올랐다. 아두헬름에 관한 임상3상 시험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9년 3월 Biogen은 약효입증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자체판단해서 임상시험의 중단을 선언했다. 그런데 3개월 후 FDA와 Biogen은 실패한 임상시험 자료를 재검토하기 위해 2019년 6월 실무협의체(working group)를 결성 공동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Biogen이 FDA에 승인신청서(BLA)를 제출한 2020년 7월까지 1년 넘게 지속된 협의체 활동기간 중 최소 115차례 회의를 비롯해서 양측 간 숱한 교신(통화, 이메일)이 이뤄졌으며, 거기에는 아두헬름에 대한 잠정승인(potential approval)을 이끌어낼 목적으로 소집된 40여 차례 특별회의도 포함됐다. 유관회사와 공식규제기구의 접촉은 정부규정상 비공식적인 것까지 모두 문서로 명기(clear record)돼야 함에도 FDA가 그 의무를 엄수치 않아 실제 총 협업건수는 특정할 수 없지만 양측 간 협력의 정도가 이례적(atypical)으로 과했다(exceeded the norm)고 평가한 FDA 자체검열(internal review) 기록이 확인됐다.

2. FDA가 Biogen과 공조체제를 유지한 것은 과연 적절했는가 하는 점이 조명됐다. 아두헬름 승인을 줄곧 반대해온 PCNS자문위원회 회의 개최(2020년 11월 6일)에 앞서 공동브리핑과 심사재개를 위한 자료준비 과정에서 양측은 그 위원회에 제출할 서류의 초안을 수시로 주고받았으며, Biogen이 작성한 초안의 일부가 최종문서에선 FDA 관료의 주문(FDA가 마련한 내용) 원안대로 대체되기도 했다. 또한, 임상시험 결과의 해석을 놓고 FDA가 견지할 입장에 관해 내부의견이 엇갈리는데도 Biogen과 공동브리핑 자료를 제작·활용한 것은 적절한 처신이 아니라는 우려가 FDA 자체검열 기록에 표명돼있었다. 그리고 자문위원회 전원의 투표결과(찬성0, 반대10, 기권1)에 따라 승인심의 추천서조차 발급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내부 전문가들까지도 임상시험 결과에 회의적인 상황에서 FDA는 관례상 ‘보편적 합의’에 이른 신약 후보물질에만 그 기회가 허용되던 공동브리핑을 Biogen과 협력 추진했다.

3. 아두헬름이 신속심사(fast track)를 거쳐 승인된 배경에 관한 의혹이 제기됐다. Biogen의 승인신청서(BLA) 접수일로부터 9개월 동안 FDA는 약제심의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던 통상승인(traditional approval) 경로를 밟아왔으나 돌연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으로 그 방침을 선회했다. 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 임원에 따르면 '그 일은 FDA 전문가평의회(2021년 4월 7일)가 아두헬름에 대한 통상승인이 바람직하지 않으리라고 조언한 지 단 3주 만에 발생'했다. 아울러 자문위원회의 극렬 반발에도 불구하고 '심의는 어차피 가속승인 경로에 따라 진행될 것'임을 FDA 간부가 Biogen측에 알린 지(4월 28일) 5주 만에 아두헬름(성분명 aducanumab)의 시판승인 사실이 전격 공표(6월 7일)됐다. 그날 FDA 생의학통계국(OB) 간부는 "가속승인은커녕 다른 어떤 유형의 승인에도 그 근거가 허술하다"고 지적하며 승인에 반대했다.

가속승인은 특히 중중질환에서 의학적으로 미충족 의료수요가 상당할 경우 신약후보물질에 대하여 조건부(확증임상에 의한 ‘효과’ 입증) 사용을 허가하는 제도로서 약효에 관한 간접 지표(surrogate endpoints: ‘효능’)를 토대로 승인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애초부터 반대기조의 극단적인 우세로 합의가 전혀 도출되지 못한 사안에 대하여 FDA는 의례적인 대내외 자문이나 심의조차도 배제한 채 내부지침(applicable guidance)에 따라 (베타아밀로이드 저감 기전이 검증되지 못한) 아두헬름을 신속 승인했다. 게다가 그 효능(surrogate endpoints: 베타아밀로이드 감소치)을 판정할 땐 막상 승인신청서(BLA) 제출 시 첨부된 유관 임상자료가 아닌 다른 임상(레카네맙, 도나네맙, 그리고 추후 아두헬름 관련) 시험의 자료들에 준거했다.

4. 약제 적응증에 관한 표시내용도 의혹을 샀다. 아두헬름은 임상시험 대상이 '알츠하이머병 원인 경도인지장애,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국한됐음에도 '알츠하이머병 치료용제'로 표시 판매토록 승인됐는데, 이렇게 광범위한 적응증 표시는 Biogen의 요청사항이 아니었다. 오히려 Biogen은 약효와 안전성에 관한 검증부족, 임상시험 범주를 초과한 투약의 위험성, 시장의 허망(false hope)과 그에 뒤따를 기업 평판훼손 등을 감안해서 약품표지에 "투약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와 경증치매 환자'로부터 시작할 것"이란 주의사항이 삽입돼야 하리란 의견을 FDA에 제시했다. 그런데 적응증 표시에 관한 Biogen의 자문에 FDA가 세부명기를 만류하며 그 대신 범용표시토록 추천한 사실이 상호 교신내용과 문서기록에서 확인됐다. 결국 Biogen은 일단 범용표시해서 출시한 다음 시장추이에 따라 기재사항을 수정(축소)해나가기로 결정함으로써 FDA 권고를 수용했다. 이 점(과장표시)에 관한 의회 조사위원회의 추궁에 대해 "임상시험은 초기질환자 대상이었으나 아두헬름의 약효가 단지 그 단계에만 한정될 것으로 볼 근거는 없다.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질환은 더 진행할 수 있는데 만일 적응증을 경증 초기질환으로 제한할 경우 증세가 그보다 진전된 환자들은 더 이상 아두헬름을 복약할 수 없게 될 것이다"고 답변한 것은 Biogen이 아니라 FDA였다.

5. 약품가격을 근간으로 해서 잇따라 불거진 문제점들이 지목됐다. 아두헬름을 출시하면서 Biogen이 연간 약제비를 5만6천불로 책정했을 때 투자자들마저 걱정스러워 하는 가운데 美임상경제기구(ICER)는 “우리가 평가한 아두헬름의 임상효과와 가치에 견주어 적정 약품가격은 3천불내지 8천4백불”이라면서 "가장 취약한 환자들도 재정독성(financial toxicity)을 면할 수 있도록 약효에 걸맞은 수준으로 가격을 현실화하라"고 촉구했다. 바로 이 '약제비와 약효 간 격차'에 따른 불만으로 인해 비등한 여론이 의회 조사위원회의 출범계기였다. 이런 맥락에서 의회보고서에는 위 사안(적응증 표시)과 더불어 '적응증 확대는 시장수요 증가 및 약가인하 요인일 것임에도 Biogen이 고가전략을 택한 이유와 그로인해 빚어진 사회·경제적 폐해’가 함께 거론됐다.

5-1. 의회 조사위원회가 확보한 Biogen 외부 자문용역 보고문건(2020년 봄)에는 '투약환자 규모를 최대화하려면 1.5~2만불 선, 환자와 의사의 반발을 무마하려면 4만불 미만, 다소 판매위축을 감수하더라도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4만불 이상이 적절할 것'이란 제안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아두헬름을 사상 최고의 신약이자 불후의 걸작으로 삼으려던 회사경영진은 그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의사결정을 단행했으며, 연후 이 야심찬 제약기업은 '약효개선에 의한 혜택증진'보다는 '시장개척을 통한 수익증대'에 적합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치중했다. 그리하여 FDA 승인에 이르기까지 신약개발 14년(2007~2021)동안 자사 투하자금의 3배에 육박하는 예산(33억불)을 5년간 영업·판촉비용으로 배정했고, 시장여건을 우호적으로 조성·유지하기 위한 각종 세부작업에 6억불을 추가 할당했다.

5-2. FDA 승인 전에 이미 Biogen은 아두헬름의 출시를 연180억불에 이를 만치 유례없는 수익창출의 기회로 간주해서 그 실현계획을 수립해뒀고, 자사의 이익극대화 전략으로 인해 환자와 공공의료보험(Medicare)의 부담이 가중되리란 점도 파악하고 있었다. Medicare 보험금으로 총 약제비의 85%(정부 보건의료재정까지 추가되면 90%)가량이 충당될 것이라 보고 Biogen은 Medicare(연120억불: 2018년 총 보험금의 36%)와 환자본인(연 소득의 20%) 부담금만으로도 아두헬름 약제비가 환수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것이 막연한 추측은 아니었음을 보여주듯 당시 New York Times는 Medicare 보험금을 최고 연290억불로 추산한 어느 조사결과를 인용하며 아두헬름에 투입될 간접비까지 포함할 경우 관련 재정지출 규모가 환경부나 항공우주국(NASA) 예산보다도 클 것이라고 추정했다.

5-3. Biogen이 예견했듯 아두헬름의 무리한 출시가격은 즉각 Medicare와 보험가입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쳤다. 출시 5개월 후인 2021년 11월 美보건복지부 산하 CMS(Center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는 2022년 Medicare 월 보험료 14.5%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그중 절반이 아두헬름 약제비 지출증가로 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 환자 1인당 월 보험료 부담이 22불가량 늘게 되는데, 이는 의료보험제도 시행이후 역대 최고 인상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Medicare의 보험적용 여부에 따라 특히 치매질환의 경우 수혜범위가 크게 좌우될 수 있는데, CMS는 작년 4월 7일 아두헬름의 Medicare 보장범위를 모든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아니라 임상시험 참가자로 엄격히 제한해서 보험을 적용하겠다고 공시했다. United Healthcare 등 민간의료보험회사도 CMS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밝혀 그 수혜폭은 더욱 위축됐다.

5-4. 그 파장은 이내 Biogen으로 번졌다. 2021년 12월에 약가를 거의 반값(2만8천2백불)으로 인하했지만 매출은 여전히 부진했고, 2022년 3월 증권거래위원회 제출 영업실적보고서(2021년도 결산 분)에 계상된 아두헬름 수익금은 3백만불이었다. 작년 5월초, 아두헬름 공급과 판매를 위한 시장기반을 최소화하며 후속 신약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Biogen은 사실상 그 약품의 상용화 포기 및 시장철회를 선언했다. 결국 FDA 승인으로부터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Biogen은 사업구조를 재정비하면서 미리 대거 채용했던 직원들을 일시에 떠나보내야만 했다.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Michel Vounatsos는 '아두헬름의 최초 출시가격에 관한 의사결정은 잘못된 것'이었노라고 술회했다.

의회보고서가 세상에 공개되자 언론매체들은 지난 2003년 '메만틴' 승인 이래 18년 만에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새롭게 촉망받던 신약을 놓고 FDA의 가속승인제도가 본래 목적과 상반되게도 '인류건강을 위한 기업의 혁신의욕을 북돋기보단 외려 그릇된 탐욕을 부추긴 셈'이라며 '최종적으로 가장 심각한 피해자는 알츠하이머병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라고 평했다.

비록 보고서는 시종일관 의혹과 비난, 그리고 질타로 점철됐지만, 아두헬름 승인 이전부터 질환 당사자와 보호자는 물론 의약 전문가들까지도 FDA에 찬사를 보냈다. 갈수록 절박해지는 인류의 오랜 난제임에도 아직껏 이렇다 할 신약개발이 지지부진한 질환, 치매를 다스려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약물이 어서 쓰이도록 과감히 나선 FDA의 용기에 그들은 갈채를 보냈다. 또한, 추후 획기적인 치매치료제 발굴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그 신약제의 시판을 속히 허락한 FDA의 취지에 공감했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보건의 책임당국으로서 약효검증과 안전확보에 관한 스스로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런 찬사와 갈채를 받을 수 있을 만큼 과연 힘썼는가?'하는 물음이 FDA에게 주어졌다. 그리고 아두헬름은 미래의 신약개발자들에게 '자신의 공들인 바가 무엇이든 과학적 기반이 탄탄치 못하면 설령 FDA 문턱을 넘더라도 결국 시장의 심판에 따라 모두에게 짐이 될 수가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 물음과 교훈에 관한 성찰을 통해 우리는 참된 희망(true hope)으로 치유의 여정을 함께 이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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