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제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업계에 중대한 고민이 있다. 바로 디지털치료제가 의료기관에서 활성화되기 위한 생태계 조성이다.
쉽게 말해 급여화가 이뤄지지 않을 시 디지털치료제 활용 자체가 의료현장에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전문가들은 급여화를 토대로 의사와 환자의 인식변화, 의료기관 내 활용여건 조성을 확대의 필수 조건으로 지목했다.
반면 치매에 정통한 대학병원 교수들은 효과성 입증을 가장 큰 과제로 지목했다. 기타 질병들과 달리 치매가 갖는 특성상 활용 효과가 확실하다면 사용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최근 베스티안재단이 개최한 의료기기혁신 세미나를 통해 디지털치료제 업계 관계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급여화를 통한 의료기관의 활용 확대 방안의 마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열린 토론회를 통해 청주대학교 스포츠의학과 김유신 교수는 디지털치료제의 확산을 위해서는 병원 처방을 위한 급여화 여부가 핵심이라고 지목했다.
현재 디지털치료제 분야에서 치매 영역은 기대치가 높은 분야다. 다수 업체가 치매 관련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대부분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 단계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 주류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를 관리할 경우 치매 예방이나 지연 가능성이 크고, 치매를 진단받은 환자보다 대상군이 더욱 많아 소비자 형성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치료제와 비교 시 독성 및 부작용 부재, 개발 비용, 복약 관리, 진료 시간 외 모니터링, 환자 데이터 수집 등에서 다양한 장점을 보유해 차세대 치료제로 급부상 중이다.
그렇다면 현직 대학병원 교수들은 치매 분야의 디지털치료제 전망과 활용조건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볼까? 각 질병 분야마다 다른 특성이 있겠지만, 근원적 치료제가 없는 치매 분야에서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먼저 중앙대병원 신경과 윤영철 교수는 디지털치료제의 급여화와 보급 확대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교육 및 홍보와 효과성 입증을 꼽았다. 확대 보급을 위한 방안으로 선 급여화가 아닌 활용 교육이나 홍보를 통해서 의료현장에서 비급여라도 활용량을 늘려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급여화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바로 다음 효과성이다. 디지털치료제가 원내에서 처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원외에서 이뤄지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나 기타 활동인 운동, 원예치료, 문화생활 등에 비해서 처방 혜택이 명확하다는 입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영철 교수는 "현재 치매 디지털치료제 분야를 살펴보면 인지훈련이나 관리에 집중됐지만 활용 장점이나 이용 방안 등은 임상 현장에 덜 알려진 상태"며 "사용량 자체가 늘어나면 급여화가 오히려 유리해질 수 있어 홍보와 교육의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효과성으로 디지털치료제를 활용한 인지훈련이나 효과가 기존 프로그램과 비교해 우월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래야 원내에서 처방할 정당성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도 디지털치료제 성공의 최우선 과제로 명확한 효과성 입증을 꼽았다. 최소한 신의료기술 허가를 바탕으로 비급여 활용이 가능해야 차후 급여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디지털치료제가 근거를 바탕으로 효과성을 얼마나 입증하는지 여부가 최우선이며 급여화는 이후 문제라는 의미다.
임현국 교수는 "치매 디지털치료제가 효과성이 확실하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2세대 항체치료제 출시가 예고된 상황에서 치료제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을 보충하는 포지션으로 활용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의료기관 내 활용 여건 조성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보호자 상담 지원을 꼽았다. 환자 당사자보다 보호자를 교육해야 디지털치료제 활용이나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치매가족 상담수가가 디지털치료제 저변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했다.
또 치매 영역에서 디지털치료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당뇨 등 기타 질환의 선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당뇨 영역의 디지털치료제 활용도가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당뇨 관리와 유사한 성향을 지닌 치매 영역에서도 충분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임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효과성 확보와 함께 타 질환 디지털치료제의 장점을 흡수해야 한다"며 "라이프 스타일 개선으로 대표되는 치매 관리에서 유사한 영역이 많아 참고할 부분들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