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치매 위험 감소…패스트푸드‧인스턴트 식품, 뇌 학습 능력 떨궈
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치매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잔인한 이별'이라고 불리는 치매. 치매는 정상 생활을 해오던 사람에게 소리 없이 다가와 기억력 감퇴 등 여러 인지기능의 장애를 불러일으켜 결국에는 혼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게 만드는 무서운 질환이다.
치매로 진단되면 이미 상당수의 신경세포가 제 기능을 잃은 상태이다. 죽은 신경세포는 재생될 수 없으며 점진적으로 악화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평생을 함께해온 배우자는 물론, 아들 딸도 알아보지 못하고 급기야 자신과도 이별을 고하게 된다. 육체는 그대로인데 기억과 성격은 딴 사람처럼 변한다. 자신이 한평생 사랑했던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렇듯 영혼을 갉아먹는 치매 앞엔 권력과 부도 별 소용이 없다.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물론이거니와 한해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던 영화배우 윤정희 씨도 얼마 전 치매로 사망했다.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혈관성·알코올성 치매는 생활습관을 잘 관리 해준다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혈관을 수축시키는 담배를 끊고 과도한 음주 역시 알코올성 치매를 일으킬 수 있어 절제해야 한다. 평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적당한 운동을 하거나 두뇌 활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 음식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뇌는 섭취하는 음식의 영향을 크게 받아, 먹는 음식에 따라 뇌가 좋아지거나 나빠진다. 뇌를 구성하는 뉴런은 지방으로 만들어졌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에 많은 트랜스지방을 주로 먹으면 트랜스지방으로 뉴런이 만들어진다. 이들 식품을 많이 먹으면 트랜스지방으로 만들어진 뉴런이 손상되기 때문에 뇌의 학습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지중해식 식단이 치매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지중해식 식단은 과일, 채소, 통곡물, 씨앗류, 올리브유과 함께 일주일에 3회 이상 생선을 섭취하는 식단을 뜻한다. 미국 러시대 연구팀은 노인 581명(평균 연령 84세)을 대상으로 식단과 치매 발병 위험 간 연관성을 추적 관찰한 결과, 베리류 과일, 생선 등과 함께 녹색 잎채소가 풍부한 식사, 즉 지중해식 식단을 하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지중해식 식단의 치매위험 감소와 매우 관련이 높은 대중적인 식재료 중 하나가 올리브유이다"라며 "알츠하이머의 주요 지표인 아밀로이드 베타 억제와 관련한 연구도 확인이 되고 있어 올리브유를 중심으로 식단을 꾸리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지중해식 식단의 뛰어난 효능은 또 다른 연구에서도 잘 나타난다. 미국 국립 보건원(NIH) 연구진은 두뇌와 관련한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을 밝히기 위해 성인 8,000여 명의 라이프스타일을 조사했다. 10여 년에 걸친 추적 관찰 끝에 연구진은 '인지력 감퇴'와 '인지력 장애'를 막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품이 생선, 채소 순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두뇌를 활발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고등어, 대구, 연어 등 다양한 생선을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게, 가재, 새우 등 갑각류와 가리비 등 조개류도 치매 예방에 좋다. 지중해 사람들은 주 3회 이상 해산물을 먹는다.
브로콜리도 뇌 건강에 이롭게 작용을 하는 영양소이다. 브로콜리에는 치매 위험 감소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K와 엽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마레파 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연구를 통해 비타민 K가 치매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밖에 우유, 치즈, 요구르트 등 유제품 등도 뇌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이들 유제품은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해 뼈·치아 등의 신체 발달과 인지능력 향상에도 보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