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노인보건복지사업 핵심은 '치매국가책임제' 지우기?
2023년 노인보건복지사업 핵심은 '치매국가책임제' 지우기?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3.03.29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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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안내서 속 치매국가책임제 관련 문구 전면 삭제
치매국가책임제 브랜드화 통해 쌓은 치매인식개선 무효화 우려
출처. 보건복지부
출처.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보건복지사업안내를 통해 치매 관리사업의 효율성 개선과 확대 등이 추진되는 가운데 치매국가책임제 지우기 흔적이 다수 확인됐다.

전임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만큼 치매국가책임제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탄생했던 '치매정책과' 역시 '노인건강과'로 변경되면서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논란은 재차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복지부가 최근 공개한 ‘2023년 노인보건복지사업안내’에 따르면 치매국가책임제와 관련된 모든 문구가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노인보건복지사업안내.
2023년 노인보건복지사업안내.

먼저 치매 관리사업 현황에서 치매국가책임제 연혁이 완전히 삭제됐다. 2022년 치매정책사업안내에는 치매국가책임제의 탄생과 목적을 안내하는 문구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2023년 소개란에서는 '2017년 국정과제로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해 치매 관련 통합적 상담・사례관리 등 치매 관리체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확대・발전 추진한다'는 부분이 완전히 사라졌다.

2023년 노인보건복지사업안내.
2023년 노인보건복지사업안내.

또 중앙치매센터 설치・운영의 사업목적에서도 치매국가책임제 관련 문구의 삭제가 확인됐다.

‘치매관리종합계획・치매국가책임제에 따른 국가치매정책 추진’이 '치매관리종합계획에 따른 치매정책 추진의 중심 역할 및 치매 관련 연구・서비스의 통합 관리・지원 기능 수행으로 변경된 것이다.

일반적인 세부사업의 변경에 관해서는 변경 사유를 명기하지만, 치매국가책임제 문구 삭제와 관련된 부연 설명은 전무했다.

앞서 치매정책과를 노인건강과로 변경할 당시도 치매국가책임제 지우기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복지부는 "노인건강과로의 조직 개편은 치매를 포함한 노인건강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치매 진단을 위한 뇌 MRI 지원 등 기존 건강보험 혜택도 변경 없이 유지된다"고 해명했다.

앞서 복지부는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령안 입법 예고를 통해 치매정책과를 노인건강과로 개편한다고 공개했다.

해당 개편은 치매 정책의 축소가 아닌 고령화에 따른 정책 수요를 고려한 개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통해 노인건강 관련 정책의제 개발, 건강과 돌봄 연계 등 치매를 포함한 노인건강 문제에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라는 것이다.

◆치매국가책임제 지워졌지만…. 그다음이 '관건'

치매국가책임제 명칭이 삭제됐다고 무조건 치매 사업이 후퇴했느냐 하는 문제는 신중히 따져볼 사안이다. 결론부터 보면 크게 후퇴하진 않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올해 치매 관리 예산이 일부 축소되긴 했지만, 지난해 집행률에 따른 일반적인 축소며, 이 같은 변화를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으로 단언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치매국가책임제로 유발됐던 긍정적 효과, 즉 치매친화환경 조성과 인식개선 효과까지 사라지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상당수 국민에게 치매라는 질병을 인식시키고, 낙인 효과를 바꾼 데 이바지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1년 8월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치매국가책임제가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응답이 83%를 차지하는 등 시행 이후 국민들도 치매정책의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치매국가책임제의 브랜드화가 치매인식개선 등에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미쳤다는 의미다. 물론 정책 기조는 상당 부분 유지하지만, 브랜드화에 따른 유·무형적인 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021년 치매국가책임제 발표 이후 ▲치매안심센터 등 치매 치료·돌봄 인프라 확충 ▲장기요양서비스 확대 ▲치매 의료비·검사비 부담 경감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 등 종합적 치매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전임 치매학회 이사장)는 지난 2021년 정책브리핑 기고를 통해 정권 변화와 함께 치매국가책임제의 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감을 표했다. 치매국가책임제의 방향성을 유지한 치매국민책임제를 직접 제안한 이유다.

박 교수는 "국가책임제로 진료 현장에서 치매인식 변화를 직접 목격했고, 자발적 치매 예방에 나서는 환자와 가족들을 마주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체험했다"며 "향후 정책 우선순위에 밀려 치매국가책임제가 동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가 새로운 이슈에 묻히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기 때문에 책임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국민이 주도하고 노력하는 국민책임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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