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 “경영난으로 고사 직전이에요”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 “경영난으로 고사 직전이에요”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4.17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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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 병실 20~30% 비고, 월급 미지급

파독 간호사 같은 해외 간병인력 유치해야 … 수가 정상화‧간병 제도화 시급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

요양병원이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10년간 두 배 이상 급증했지만, 2020년을 정점으로 급속히 줄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 우려 등으로 환자가 줄어든 데다가 물가마저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요양병원은 2010년 867개에서 2020년 1,582개로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2021년 1,464개, 지난해에는 1,435개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요양병원의 어려움은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수가와 불합리한 의무인증제도, 불합리한 규제, 간병‧돌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을 통행 요양병원이 겪고 있는 현안과 해결책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 요양병원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입원환자 감소, 인건비와 물가 상승 등으로 요양병원은 더 이상 경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인건비와 물가는 4~5%씩 오르는데, 요양병원 수가는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급성기 병원처럼 비급여 수익도 없는 상태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벼랑 끝을 향해 질주하는 자동차와도 같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전국 의료기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요양병원 수는 1,416개로, 2021년 1,464개에 비해 48개 줄었다. 요양병원이 어려움을 겪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곪을 대로 곪은 내부 시스템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제도권에서 소외되면서도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감내해 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병실의 20~30%가 비었고 급기야 직원 급여도 주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보건소와 협조하고 자체 코호트를 실시해 감염 관리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였지만, 제대로 된 감염 관리료도 받지 못했다.
 
요양병원의 끝없는 추락을 멈춰줄 브레이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요양병원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수가 정상화, 간병 제도화, 요양병원‧요양원 기능 정립, 요양병원 의료기능 강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 요양병원 간병급여화와 관련해 바람직한 방향은?

요양병원 간병급여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간병파산, 간병살인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간병·돌봄 문제는 심각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르면 요양병원 간병비를 지급하게 되어 있지만, 하위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 내의 장기요양 기관과 요양병원 기관이 분절되어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요양병원 간병제도화가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대한요양병원협회는 간병제도화 TF팀을 신설한 후, 3가지 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에 전달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부족한 간병인 빈자리는 당장 중국 동포로 채울 수 있지만, 그 효용성이 곧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 부족한 간병인은 1960년대 파독 간호사처럼, 해외 간병 인력을 유치해야 한다. 현지에서 6개월 이상 언어와 문화, 간병 교육을 받은 사람을 간병 인력으로 받는 방안을 제안한다. 

❍ 요양병원 의무인증제도 문제점과 개선책은?

의료기관 인증제도는 2010년 시작됐는데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은 2013년부터 의무인증 대상이 됐다. 지금은 의무인증제를 도입하던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감염 관리를 못 하는 일부 요양병원이 자연 도태될 것이란 시각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요양병원은 최전선에서 코로나 관리를 잘하면서 적응력을 키워나갔다. 일부 요양병원에 문제는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양병원만 강제 의무인증을 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요양병원 인증을 앞두고 일선 현장에서 간호사 등 인력 채용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인증에 필요한 서류 작업이 많고 복잡하므로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태가 장기화한다면 의료 서비스 수준이 낮아지고 업무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 

인증비용 부담도 문제다. 1, 2주기 요양병원 인증은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지만, 3주기부터는 요양병원이 인증비용의 20%를 부담한다. 다른 의료기관 종별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 강제의무 인증에다 비용까지 부담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 게다가 인증 업무는 복지부 산하 단체에서 하니, 더욱더 부담된다. 

요양병원 질 관리를 위해 적정성 평가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요양병원 인증과 적정성 평가는 중복되는 항목이 많아 인증과 적정성 평가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 요양병원 스스로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 조치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중복된 평가를 통합해 행정적 낭비를 줄여야 한다.

❍ 장기입원환자에 대해 정부 입장이 강경 일변도이다. 협회 측 의견은?

정부는 장기입원 환자에 대해 입원료 체감제와 본인부담금 상한제 차별 적용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요양병원 입장에서 환자가 건강을 찾아 퇴원하게 되면 의료진은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요양병원 일당 정액제 아래에서는 환자의 건강을 높일 여건이 부족하다. 제대로 된 치료를 하면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는 선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요양병원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양질의 간병인 확보 등 간병제도화 부재, 생활 시설인 요양원과 경쟁 관계 그리고 정부의 요양병원 압박 정책 등의 상황에서 장기 입원환자에 대한 페널티만 준다면 요양병원은 생존할 수 없다. 

요양병원도 병원답게 제대로 운영하고 싶다. 제대로 된 치료를 하고, 환자를 지역사회로 돌려보내고, 왕진과 방문간호 등으로 환자를 관리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이 악화하면 재입원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말기 암 등 호스피스가 필요한 경우 요양병원형 호스피스를 하고 싶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요양병원 패싱’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요양병원의 장기입원이 문제고, 그러므로 장기입원을 잡겠다고 한다. 정책을 제안할 때 문제점이 무엇인지, 왜 문제가 생겼는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최선인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문제가 생길 뿐이다. 요양병원의 장기입원이 문제라면, 요양병원 협회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풀린다.

❍ 요양병원에 적용하는 보험수가와 관련, 문제점과 향후 대책은?

요양병원 일당 정액진료비제는 행위별 수가 대신 자원소모량을 기준으로 하루 정액을 적용받는 방식이다. 즉 진찰, 검사, 처치, 입원료, 약값 등 진료행위 전체의 평균 비용을 산출해 지급한다. 정부는 요양병원 일당 정액제를 강행하면서 과잉진료와 불필요한 고가 약 사용으로 인한 폐해가 줄고, 행정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정해진 비용으로 요양병원을 운영하다 보니 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최소한의 약제만 사용하게 된다. 지금 시스템에서 인력을 갖추고 제대로 된 검사와 약을 사용하면 적자가 불가피하다. 대부분의 요양병원은 민간이 자본과 인력을 조달해 운영한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는데 적자가 발생한다면, 결국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2019년 요양병원 행위별 수가에 적용되던 치매약을 일당 정액 수가에 포함하다 보니, 저가 치매약 시장만 활성화됐다. 결국, 치매 약값을 보전받을 수 없게 됐다. 2,000원 대의 도네페질을 처방하던 요양병원에서 정부가 정한 약값은 최대 1,015원이니 약 1,000원의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1달이면 3만 원, 치매환자가 100명이면 100만 원, 연간 1,200만 원의 손실이 생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감염 관리가 쟁점이 됐다. 욕창은 감염 관리가 중요하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욕창 치료의 경우 많은 자원과 인력이 필요한데, 일당 정액제하에서는 최소 치료만을 하게 된다. 요양병원 전체의 수가를 바꾸라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부터 하나씩 행위별 수가로 변경해야지 요양병원의 의료기능이 회복된다. 

정부는 대한요양병원협회와 자주 소통하며, 현장의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점을 함께 찾아야 한다. 초고령화 사회까지 불과 2년 남았다. 그동안 저비용, 고효율의 고령자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요양병원은 정부의 파트너가 되어 좋은 제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 이외에 요양병원에만 적용하는 불합리한 규제는 무엇이며 협회 측 의견과 향후 대책은?

정부가 요양병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대한민국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 먹어 사라져야 할 집단이라 생각하는지, 아니면 병원으로 기능도 못 하면서 고령자 학대나 일삼는 기관이라 생각하는지….

병원도 생태계가 있다. 고령자 의료 생태계를 보면, 갑작스럽게 질병이 악화하면 대학병원 등 급성기 병원을 찾고, 급성기 병원에서 2~3주 치료 후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이후 건강 상태에 따라 자택이나 요양원 등의 시설로 전원 된다. 코로나19가 한창 맹위를 떨치던 시기,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받아주지 않아 급성기 병원 입원이 어려웠던 적이 있다. 이제는 요양병원이 대한민국 고령자 의료 생태계의 한 축이 됐다. 

정부는 요양병원의 순기능을 인정하고, 요양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요양병원이 대형화하여 요양원, 주간보호, 재택치료 등 통합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거나, 재활, 치매, 암 등 전문화된 요양병원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이제는 더 이상 초기 요양병원이 부족했던 시대가 아니다. 요양병원이 병원으로서 제 기능을 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상대평가 방식의 적정성 평가는 하위 5% 요양병원을 고사시키거나 요양병원 패싱정책을 이어가면서 대한민국 고령자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다. 전국 1,400여 요양병원을 권역별로 호스피스 시범사업에 참여시키고, 커뮤니티 케어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 요양병원이 겪고 있는 어려운 점과 대책은?

현재 요양병원은 고사 직전이다. 나도 인력 채용, 수가 문제, 불합리한 규제 등으로 운영난을 겪으면서 요양병원을 폐업했다. 법인 요양병원은 매년 운영 현황을 보건소에 보고하는데, 통계를 바탕으로 요양병원의 운영을 말하고 싶다. 요양병원의 운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요양병원이 줄줄이 부도나면, 대한민국 고령자 의료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

정책 당국자의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촉구한다. 요양병원은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 먹는 악의 집단이 아니다. 아프고 병든 사람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자기 부모도 그렇게 모시기 어렵다. 그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요양병원을 잠정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정부는 요양병원에도 관심을 두길 바란다. 그것이 대한민국 고령자 의료를 올바르게 정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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