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페란 처방 의사 유죄 판결”,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입장 발표
“맥페란 처방 의사 유죄 판결”,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입장 발표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6.12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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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환자의 진료 회피 부추기는 결과 낳을 것
퇴행성 신경계 질환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 판결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홈페이지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KMDS) 홈페이지

80대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에게 소화제 약물 ‘맥페란’을 처방한 60대 의사가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The Korean Movement Disorder Society, KMDS)는, 심히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결정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환자의 병력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3분 진료 현실에서 특정 약물로 환자 상태가 악화됐고, 이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친 결과라는 입장이다.

10일, 창원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민)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60대 의사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경남 거제시에 있는 모 의원에서 근무한 의사로 1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80대 환자 B씨가 영양제 주사를 맞으려고 내원해 진료했다.

A씨는 환자 B씨에게 구역·구토 증상 치료를 위한 의약품인 맥페란 주사액(2㎖)을 투여했다. 맥페란 주사제는 임상에서 환자의 구역, 구토 증상 조절을 위해 흔히 사용되며, 반감기도 5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고, 장기 복용이 아니면 파킨슨 증상 악화 확률이 현저히 낮은 주사제다.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키더라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본래 상태로 회복될 수 있는 약제로 알려져 있다.

주사액 처방을 받은 B씨는 이후 전신 쇠약과 발음장애, 파킨슨증 악화 등의 부작용을 일으켰고 A씨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맥페란이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투여가 금지되고 고령자에게는 신중한 투여가 권고된다”며 “A씨가 사전에 환자 B씨 병력에 파킨슨병이 포함되는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B씨에게 맥페란 주사액을 처방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 당시 A씨와 변호인은 의사로서 문진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으며 업무상과실이 없다고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 병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는 절차를 소홀히 한 업무상과실이 있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KMDS는 1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경험했을 놀람과 불안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며, 일선 임상의사들의 입장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서두를 뗐다.

“항정신계·위장관 개선·신경계 등 수많은 약물이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파킨슨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환자에게 필요하다면 그 이득과 위험을 고려해 약물 투여를 결정하게 된다”면서, “이번 판결은 환자 치료라는 선량한 의도와 목적을 기반으로 한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약물에 의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모두 파악하기 어려운 의료 사안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 전했다.

KDMS는 “열악한 여건 아래서도 묵묵히 진료실을 지키며 환자와 국민건강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고, 결과적으로 전국의 의사들이 가능한 책임질 일이 없는 방어진료 및 고령의 퇴행성 질환 환자와 같은 고위험 환자에 대한 진료는 회피하도록 부추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진료 및 약제 투약과 같은 의료행위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결과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에서 기인함에도 형사 유죄 판결을 내리면, 어느 의사가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지키려 나설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번 사건과 같이 기저질환이 많은 노인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는 불안감에 위축된 심정으로 환자를 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심히 우려되며, 점차 노인 인구 및 파킨슨병을 비롯한 다양한 퇴행성 신경계 질환 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무상과실치상 유죄 판결은 의료행위의 책임 제한 법리를 간과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라고 지적한 KDMS는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바로잡아질 수 있도록 의료계의 모든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KDMS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을 처방한 의사에게 내려진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유죄 판결에 대한 파킨슨병 전문가들의 성명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80대 환자에게 ‘맥페란(메토클로프라마이드)’이라는 소화제 약물을 처방해 환자의 파킨슨증을 악화시키는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60대 의사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우선, 약제 투약 이후 파킨슨증의 악화를 경험하고 당황하였을 환자와 그 가족에게 우리 협회는 가슴 깊이 위로를 전해드리며 이러한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심히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환자와 가족들이 경험했을 놀람과 불안을 십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도 우리 일선 임상의사들의 입장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창원지방법원(형사3-2부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환자 치료라는 선량한 의도와 목적을 기반으로 한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약물에 의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모두 파악하기 어려운 의료 사안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산부인과 분만 사고에 대한 무과실 보상법 통과,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대량 구속 사태 등 의료계에 대한 가혹한 법적 처분의 증가와 더불어 벌어진 작금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열악한 여건 아래서도 묵묵히 진료실을 지키며 환자와 국민건강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고, 결과적으로 전국의 의사들로 하여금 가능한 책임질 일이 없는 방어 진료 및 고령의 퇴행성 질환 환자와 같은 고위험 환자에 대한 진료 회피를 부추기는 결과가 될 것임을 재판부가 고려한 것인지를 진지하게 되묻고 싶다.

특히 이번 사건의 쟁점으로 등장한 맥페란 주사제의 경우, 임상에서 수많은 환자의 구역, 구토 증상 조절을 위해 흔히 사용되며, 반감기도 5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고,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파킨슨 증상 악화 확률이 현저히 낮으며 설사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키더라도 그 증상 악화가 가역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약제다.

어디 맥페란이라는 약물뿐인가? 수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처방하는 항정신계 약물, 수많은 내과 전문의가 처방하는 위장관 개선 약물, 수많은 신경과 전문의가 처방하는 신경계 약물들이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증상을 악화시킴은 물론, 심지어 정상인에도 파킨슨 증상을 유발한다.

이렇듯, 수많은 약제가 파킨슨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어떤 환자가 약제사용으로 파킨슨 증상 악화가 유발되는지 예측할 방법이 없다. 또한 우리 학회에 속한 파킨슨병 전문가의 입장에서도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 이득과 위험을 고려하여 이러한 약물들의 투여를 결정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의해 형사 사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은 현재도 환자의 증상 완화를 위해 다양한 약물 치료를 수행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커다란 불안감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귀결될 것이다.

의료의 전문가인 의사라 하더라도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예측 불가의 상황에 대하여 예상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고,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모든 과거력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가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의사가 환자의 파킨슨병 진단 과거력을 파악하지 못한 채 맥페란을 처방했다고 유죄 판결을 받게 됐는데, 환자의 개인의료정보에 접근하는 것의 한계와 주어진 진료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도 환자의 모든 병력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태이다.

진료 및 약제 투약과 같은 의료행위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나쁜 결과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형사 유죄 판결을 내리게 된다면, 어느 의사가 위험부담을 무릅쓴 채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지키려 나설 수 있겠는가? 또한 이번 사건과 같이 기저질환이 많은 노인 환자를 진료할 의사가 불안감에 의해 위축된 심정으로 환자를 대하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심히 우려된다.

이는 점차 노인 인구 및 파킨슨병을 비롯한 다양한 퇴행성 신경계 질환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판결이 이대목동사태에 이어 의사들로 하여금 가뜩이나 의료공백에 놓이고 있는 필수의료를 더 기피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이번 재판부의 업무상과실치상 유죄 판결은 의료행위의 책임제란 법리를 간과하는 잘못을 범한 것으로서 반드시 상급심에서 파기될 것임을 확신하면서 우리 학회는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바로잡아질 수 있도록 의료계의 모든 힘을 모아 나갈 것이다.

2024. 6. 10.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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