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치매와 건망증의 잘못 알려진 구별법과 생활 습관 효과
[기자의 눈] 치매와 건망증의 잘못 알려진 구별법과 생활 습관 효과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6.19 1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망증으로 치매가 의심될 때 인터넷 정보로 판단하지 말아야 할 이유
치매 유전자가 있어도 치매 발병을 절반으로 줄이는 7가지 습관

양동근, 이민우 등 연예인의 가족이 치매 판정을 받거나 손흥민이 치매를 겪고 있는 팬을 만나는 모습이 방송에 소개돼 화제다. 단순히 나이 들어 생기는 건망증으로 여겼다가 의구심이 들어 치매검사를 받고 치매 진단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치매를 우려했으나 우울증이나 건망증 결과를 받는 사례도 있다. 방송에서는 일찍 발견해 다행이라고 고백하면서도 후속 조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만큼 치매는 공포의 병이면서 대처법에 대해선 알려져 있지 않고 평소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방송에서도 치매는 안타까운 중병으로 묘사되고, 가족에게 죄책감과 깊은 좌절을 안기는 공포의 병으로 전달된다.

건망증이 반복될 때 모두가 치매라고는 할 수는 없다. 조심해야 할 것은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소개된 잘못된 정보를 신뢰하는 것이다. 치매와 건망증을 구별하는 다음의 3가지 기준이 흔히 알려져 있다,

첫째, 무언가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 힌트를 듣고 생각나면 건망증, 그래도 모르면 치매
둘째, 어떤 사건에 대해 일부만 잊으면 건망증, 전체를 기억하지 못하면 치매
셋째, 스스로 기억력이 저하되는 것을 인정하면 건망증, 그렇지 않으면 치매

치매 전문 강사도 위 3가지가 치매와 건망증을 판별하는 기준이라고 강의한다. 비전문가가 흔히 전하는 잘못된 정보다. 첫째, 치매 환자도 힌트를 통해 기억을 복기하는 경우가 있다. 둘째, 치매 판정을 받고 초기와 중기의 단계에서 사건 일부를 기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셋째, 기억력 저하를 치매 환자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예도 있지만, 인지하면서도 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부정하는 예도 있다. 기억력 저하의 인정‧불인정과 치매인지 건망증인지의 상관관계는 없다. 주위에 치매를 겪는 분이 있다면 확인해 볼 수 있다(출처: 《치매를 읽다》 양현덕 외 4인 저, 디멘시아북스).

이처럼 정확하지 않은 구별법은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의 진단을 늦출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건망증이 무조건 치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건망증이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치매의 발생률을 높이기 때문에 건망증을 사소하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망증이 악화하면서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치매가 될 수 있다고 한다. 1년 동안 건망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1천 명을 조사한 결과, 전자는 17.7명, 후자는 14.2명이 치매 환자가 되었다. 다른 연구에서는 건망증을 앓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년 내 치매 발생 확률이 약 5배 높았다. 특히 고령자, MMSE(간이정신상태검사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점수가 낮은 사람, 아포지단백-E ε4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에게서 치매 발생 확률이 높았다. 치매로 진단받은 사람의 약 80%는 알츠하이머치매였다.

기억력 문제가 심각하다면 인터넷 정보로 확인하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기준으로 진단받아야 한다. 건망증, 경도인지장애, 초기 치매 중 어떤 단계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망증이라고 해도 안심하지 말고 치매 예방 생활 습관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것이 중요하다.

 

미국 심장 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Life's Simple 7 /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보건 및 의료 연구진은 “치매 위험을 절반으로 줄이는 7가지 간단한 습관”(These 7 simple habits could halve your risk of dementia)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치매 유전자가 있어서 치매 발병 위험이 큰 사람도 건강한 삶을 위한 7가지 습관을 따르면 치매에 걸릴 확률을 최대 43%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건강한 생활 습관이 치매에 걸릴 위험을 줄인다는 발표는 많았지만, 지금까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유전적 변이를 가진 사람에게도 생활 습관 개선이 효과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미국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연구진은 유전적 위험이 큰 사람이 치매에 걸릴 확률을 낮출 수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30년 동안 12,000명을 추적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가 정한 “Life's Simple 7”(좋은 심혈관 건강과 관련된 생활 습관 목록)을 얼마나 잘 따랐는지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7가지 습관은 다음과 같다.

1. 혈압 관리 - 혈압을 건강한 범위로 유지하면 심장, 동맥 및 신장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2. 콜레스테롤 조절 - 높은 콜레스테롤은 동맥을 막고 심장병과 뇌졸중을 유발한다.
3. 혈당 낮추기 - 혈당 수치가 높으면 심장, 신장, 눈, 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4. 신체 활동 - 매일 활발한 신체 활동이 수명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명백한 증거가 차고 넘친다.
5. 건강한 식단 -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식단 관리다(당장 시작해야 할 치매 예방 식단[클릭] 참고).
6. 체중 감량 - 살을 빼면 심장, 폐, 혈관 및 골격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7. 금연 - 흡연자는 심장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심각한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치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들이 7가지 건강한 습관을 얼마나 잘 따랐는지에 따라 0에서 14까지의 척도로 점수를 매겼다. 연구진은 치매의 주요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과 관련된 유전자에 따른 유전적 위험을 계산했다.

연구 시작 시점의 참여자의 평균 나이는 54세였다. 약 9,000명은 유럽인, 3,000명은 아프리카인이었다. 연구를 마칠 무렵 유럽계 1,603명과 아프리카계 631명이 치매에 걸렸다. 건강한 생활 방식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가 있는 참가자들을 포함해 치매에 걸린 숫자가 훨씬 적었다.

연구 저자인 미시시피 대학 메디컬센터의 에이드리언 틴(Adrienne Tin)은 “유전적 위험이 있는 사람도 이와 같은 건강한 생활 방식을 지키며 사는 것이 치매 위험을 낮췄다는 건 고무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영국 알츠하이머연구소(Alzheimer's Research UK)의 로사 산초(Rosa Sancho) 박사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치매 위험은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나이와 유전적 구성처럼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이 있지만, 식이요법과 운동, 생활 습관 개선 등 우리의 노력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심장에 좋은 것이 뇌에도 좋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이 7가지 건강한 습관을 채택해 치매에 걸리는 사람의 수를 줄일 수 있다면, 그 혜택은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매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비용을 일으키는 질병이라고 말한다. 가족과 친구를 포함한 비공식 간병인은 환자를 돌보는 데 하루 평균 5시간을 소비하며, 2030년까지 치매로 인한 전 세계 재정 지출은 2조 8천억 달러(한화 3,861조 7,6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매가 전 세계 모든 질병 중 7번째 주요 사망 원인이며 거의 모든 국가에서 노인 인구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WHO는 2050년까지 치매 환자가 1억 3,9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치매의 예방과 치료제 개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조직이 있다. Davos Alzheimer's Collaborative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과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글로벌 CEO 이니셔티브(Global CEO Initiative on Alzheimer's Disease)가 주도하고 있으며, 약물 개발 및 의료 진단에 6년간 7억 달러(약 9,654억 원)를 투자했다.

디멘시아뉴스가 집중적으로 다뤘듯이 막대한 비용으로 개발된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등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는 실용성이 매우 낮고 비싸며 심각한 부작용 우려를 동반하는 등 안전성과 유효성 논란이 있음에도 시판 절차를 밟고 있다. 레카네맙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 승인 과정에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숙의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유명 연예인들의 이야기로 치매에 걸린 사람을 대상화하며 안타까워할 일이 아니다. 치매는 곧 나의 일 우리 가족이 만나게 될 흔한 질병이다. 시장성을 노리는 논란의 치료제보다 바른 인식을 위한 공부, 정확한 정보 숙지, 생활 습관 개선으로 "치매가 와도 두렵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방향의 해결책이다.

 

Primary Source
《치매를 읽다》 양현덕 외 4인 저, 디멘시아북스 간.
7 lifestyle habits which can halve your risk of dementia | World Economic Forum (weforum.org)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