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보듯 훤한 요양보호사 ‘태부족’...외국인 유학생으로 채운다
불 보듯 훤한 요양보호사 ‘태부족’...외국인 유학생으로 채운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6.2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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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장기요양위원회서 비자 확대 논의...국내 인력 충원 어려워
한은, ‘최저임금 차등적용’ 대안 제시...노동계, 저임금 고착화 우려
염민섭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국장이 지난 5일 서울 코엑스에서 ‘고령친화산업-에이지테크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
염민섭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국장이 지난 5일 서울 코엑스에서 ‘고령친화산업-에이지테크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

 

정부가 급속한 고령화로 향후 구인난이 예상되는 장기요양기관 인력 문제 해소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에게 일자리를 열기로 했다. 이에 향후 임금 정책을 두고 돌봄 인력 고용시장에서 노정 갈등이 불거질 조짐도 보인다.

복지부는 28일 ‘2024년 제2차 장기요양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최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자(전체 등급)는 지난 2022년 101.9만 명에서 2035년 200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요양보호사를 비롯해 사회복지사, 간호 인력 등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또한 2022년 72만 3,251명에서 2035년 141만 9,556명으로 70만 명가량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돼 극심한 인력난이 예상된다.

이날 복지부가 내놓은 ‘요양보호사 인력배치 기준 강화 및 외국인력 활용 확대 방안’에 따르면, 위원회는 요양보호사 한 명이 돌보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 수를 내년부터 현재 2.3명에서 2.1명까지 줄이는 계획을 논의했다.

이는 2023~27년 ‘제3차 장기요양 기본 계획’의 요양보호사 인력배치 기준 강화 단계별 적용 안에 따른 것이다.

복지부는 연내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및 장기요양 수가고시 개정을 추진해 내년 1월 1일부터 이번 계획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기관의 인력 수급 문제를 고려해 기존 시설은 현행 기준을 2026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할 예정이다.

특히 인력 배치 기준 강화와 더불어 요양보호사의 고령화 추세 등으로 발생하는 구인난 해결을 위해 외국인력 활용 확대 방안도 마련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요양보호사 평균 나이는 61.7세이며, 2027년 부족 인력은 약 7만 9000명으로 추산된다.

복지부는 요양보호사 양성 지침을 개정해 교육 대상 외국인의 체류자격을 기존 ▲거주(F-2) ▲재외동포(F-4) ▲결혼이민(F-6) ▲방문취업(H-2) ▲영주(F-5) 비자에서 외국인 유학생(D-2)과 국내 대학 졸업생의 구직(D-10) 비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이 요양보호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E-7에 요양보호사 직종을 신설한다. E-7은 법무부 장관이 특별 지정한 88개 직종에만 취업을 허용하는 비자다. 법무부는 연 400명의 범위 내에서 2년간 E-7 자격 취득을 허용하는 시범 운영 계획을 수립했다.

따라서 외국인 유학생과 졸업생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관련 기관에 취업하면 E-7 비자로 변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H-2 동포가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면 체류기간을 계속 연장할 수 있는 F-4로 자격 변경을 허용해 장기 근속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요양보호사 양성 지침과 법무부의 특정활동 사증발급 및 체류관리 지침을 내달 중 개정하고, 외국인력 도입 활성화를 위한 추가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이번 정부 방안은 사실상 국내 인력 수급만으로는 부족한 종사자 수를 충원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나온 조처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 젊은 층에는 요양보호사가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고된 일을 수행하면서도 최저임금을 받아 기피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방안이 돌봄 직종의 저임금 고착화를 불러와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발간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비관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는 2042년 돌봄서비스직 노동 공급이 수요의 약 30%에 그칠 수 있다”며 “최대 155만 명에 달하는 공백을 국내 인력만으로 충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내국인 노동자의 돌봄서비스직 종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이 불가피하다”면서 “이는 수요자의 비용 부담을 오히려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에 “돌봄서비스직에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되 이들에 대한 임금을 낮춰 수요자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돌봄서비스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돌봄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는 내외국인 구분 없이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며 “이 방식은 별도의 법 개정 없이 현행 제도 하에서 시행 가능한데다 ILO 차별금지협약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해법을 담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법에 따라 돌봄서비스업에 대한 차등 적용을 의결하면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최근 돌봄 종사자의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이 같은 의견을 수용하면 외국인 인력 공급과 동시에 더 낮은 임금을 고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노동계의 불안감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6주년 요양보호사의 날을 맞아 낸 성명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아니라 획기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며 “생활임금 보장으로 돌봄 노동자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고 이를 통한 돌봄의 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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