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내 의료기기 스타트업의 성장 전략과 글로벌 기업 협업 방안은?
[현장] 국내 의료기기 스타트업의 성장 전략과 글로벌 기업 협업 방안은?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7.09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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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산업진흥원·로슈진단, 국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글로벌 협업 지원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 "글로벌 기업이 원하는 걸 구체적으로 염두에 둬야"
마이클 존스턴(Michael Johnston) 로슈진단 글로벌 파트너링 담당 리드 / 이석호 기자
마이클 존스턴(Michael Johnston) 로슈진단 글로벌 파트너링 담당 리드 / 이석호 기자

 

국내 의료기기 산업 내 유망 스타트업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보산진)과 한국로슈진단이 주관한 ‘KHIDI – ROCHE DIAGNOSTICS DAY’가 9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는 보산진 차순도 원장,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 정은영 국장, 한국로슈진단 킷 캉 대표 등이 주요 인사로 참석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협력이 주는 가치’를 주제로 투자업계의 관점에서 바라본 메드테크(Medtech) 스타트업의 특성과 기업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김 상무는 “서비스 스타트업은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어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면서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Market-Fit)을 찾기 위한 실험을 반복해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친다”며 “메드테크는 프로토타입만으로 환자에게 써보겠다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고 어느 정도 이상 제품이 나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 리드 타임이 당연히 길 수밖에 없다”고 두 분야를 비교했다.

이어 “메드테크 스타트업은 최종적으로 제품이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그림을 잘 염두에 두고 하루하루 전략을 세워가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헬스케어에서 소위 말하는 파괴적 혁신(Destructive Innovation)이 쉽지 않고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쪽”이라며 “업계 자체가 보수적이기 때문에 기존의 것을 갈아엎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을 선호하는 문화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헬스케어라는 업 자체에서 기존 기업이 가지는 메리트가 매우 크다”며 “기존 기업은 이미 구축해 놓은 강력한 공급망에 새로운 제품을 태우면 되지만 스타트업은 일일이 하나씩 만들어 갈 수밖에 없어 훨씬 유리한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 / 이석호 기자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 / 이석호 기자

연속혈당측정기(CGM) 산업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1999년에 메드트로닉이 만든 CGM 제품이 첫 번째 허가를 받았고 미국 메디케어가 보험 적용을 시작한 건 2017년”이라며 “처음 FDA 허가를 받고 나서 18년이 걸려 수가 적용을 받은 것에서 상당히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 와서 보면 CGM 시장을 이끄는 건 메드트로닉이 아니다”라며 “훨씬 뒤에 제품을 내놓은 덱스콤이 사실상 시장을 이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상무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위해 상대방의 니즈를 상세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내 제품이 이 회사에 이러한 도움을 줄 거야’라고 혼자서 상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이 자리를 통해 로슈 같은 기업이나 글로벌 메드테크 기업이 어떤 걸 원하는지 더 구체적으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의 뒤를 이어 스타트업 출신인 마이클 존스턴(Michael Johnston) 로슈진단 글로벌 파트너링 담당 리드가 연단에 올라 회사의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과 주요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글로벌 진단 수요에 대해 “전 세계 인구의 약 50%만이 의료 진단을 받을 수 있다”며 “모든 사람이 접근 권리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중저소득 국가에 들어가 그곳 환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적인 진단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전체 의료비 지출 중 2~3%를 차지하나 진료 시 의사결정에는 70%의 영향을 미친다”고 역설했다.

로슈진단의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에 대해서는 ▲M&A ▲Access to 3rd party IP ▲Collaboration Agreement ▲Ecosystem으로 구분했다.

이번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로슈진단의 딜 형태는 ▲R&D and Commercial Collaboration 30% ▲Licensing 26% ▲Ecosystem 37% 등이다.

그는 “전체 딜 중 3~4%만이 인수이고 대부분은 일종의 협업”이라며 “외부 파트너와 협력해 그들의 솔루션도 탑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협업으로는 로슈진단의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검사인 ‘일렉시스 아밀로이드 플라즈마 패널(EAPP)’ 개발을 위해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협력하기로 한 딜을 사례로 들었다.

 

윤여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학술이사(건국대병원 진단검사학과 교수)
(맨 왼쪽) 윤여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학술이사(건국대병원 진단검사학과 교수) / 이석호 기자

이후 패널 토론 시간에는 황성은 보산진 의료기기화장품 사업단장을 좌장으로 두 연사 외에 크리스 치암(Chris Chiam) 로슈진단 APAC 상용화 부서장, 윤무환 한국로슈진단 디지털 인사이트 사업부 전무, 윤여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학술이사(건국대병원 진단검사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진단검사 전문의 경력 25년인 윤 이사는 “의료 현장에서 국내 제품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체감적으로 80% 이상이 수입 제품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기업의 장점은 제품을 신속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고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빠르다는 것”이라면서도 국내 제품이 잘 쓰이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의 니즈를 먼저 파악한 다음 제품을 개발하고 인허가를 받는 게 훨씬 리스크를 줄일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 상무는 국내 스타트업의 협업 현실에 대해 “아무래도 스타트업들이 직접 연락하는 것보다 우리가 더 사이즈가 크니까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도를 했는데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 더 큰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협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마이클 존스턴 리드는 한국 보건당국의 규제가 까다로운 게 오히려 품질 향상과 혁신을 일으킨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기업들이 높은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한국의 높은 규제 장벽이 혁신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매우 자랑스러워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로슈진단 제공
(왼쪽부터)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 윤여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학술이사, 마이클 존스턴(Michael Johnston) 로슈진단 글로벌 파트너링 담당 리드, 킷 캉 한국로슈진단 대표,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윤무환 한국로슈진단 디지털 인사이트 사업부 전무, 황성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화장품 사업단장,  크리스 치암(Chris Chiam) 로슈진단 APAC 상용화 부서장 / 한국로슈진단 제공

 

크리스 치암 부서장은 “높은 기준은 품질에 대한 의지 정도를 드러낸다”며 “한국 기업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품질에 대한 확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로슈진단 담당자와 국내 기업이 직접 소통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지적한 청중의 질문에 대해 “1년에 한 번은 한국기업과 협업을 위해 구글 검색을 한다. 영어로 검색이 되기 위해선 영문 웹사이트를 잘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직원이 한국에는 적당한 회사가 없다고 했을 때 놀랐다”고 개인적인 경험도 털어놨다.

윤무환 전무는 로슈진단이 협업 대상으로 찾는 국내 스타트업의 기준에 대해 ▲회사 포트폴리오와의 적합성 ▲기술 혁신성 ▲사업 연속성 ▲충분한 의학적 근거 마련을 꼽았다.

한편, 이날 행사인 ‘뉴 임팩트 프로젝트(New Impact Project)’는 보산진이 의료기기 분야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를 위해 기획한 첫 번째 의료기기 분야 지원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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