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즈 사이타마시장 "치매 환자 포함 ‘공생사회’ 실현 위한 마을 만들기 진행"
치매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선 우리 사회에서는 정작 환자 본인이 설 자리가 마땅히 없다. 최근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와 돌봄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치매 당사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여전히 쉽지 않은 실정이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최근 치매 환자가 홍보대사로 공식 활동에 나서면서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다른 치매 환자에게도 희망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는 지난 4일 전국 정령지정도시(政令指定都市,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 가운데 최초로 ‘치매 희망 대사’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날 위촉식을 열어 치매를 앓는 와다 스구루(58) 씨와 오사와 타케오(68세) 씨를 각각 치매 희망 대사로 임명했다. 임기는 2026년 3월 말까지다.
사이타마시 발표에 따르면, 시내 치매 노인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약 3만 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매년 1,000명대 안팎으로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40년 치매 노인 수가 584만 명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노인 7명 중 1명꼴이다.
사회 활동이 위축되고 고립된 상황에서 치매 환자의 증세는 더 나빠진다. 고령화로 급증하는 치매 노인들이 사적인 영역으로 숨어들면 병의 진행이 더 빨라지고 사회적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시행 중인 치매 희망 대사는 치매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전달하고, 치매 서포터즈 양성 강의 등 교육 활동을 통해 치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와다 씨는 2021년에 알츠하이머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는 치매 환자와 가족 모임에서 여는 당사자 커뮤니티 활동에 나서고, 각종 치매 관련 행사나 강연 등에서 강사로 참여한다.
2022년에 역시 알츠하이머치매 진단을 받은 오사와 씨는 사이타마시 주관 ‘치매 친화 마을 만들기 센터’의 당사자 모임에서 기획 회의부터 참가하고, 치매 환자들이 지역에서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이들은 또 치매 친화 마을 만들기 센터 운영에도 직접 참여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7명의 치매 희망 대사를 임명해 국가에서 실시하는 치매 관련 활동과 국제회의 참가 등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전국 21개 도도부현에서 희망 대사를 임명하고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시아마타현에서도 ‘오렌지 홍보대사’라는 이름으로 4명이 활동 중이다.
한편, 사이타마시는 이달 1일 ‘치매 친화 마을 만들기 센터’를 개소했다.
센터는 치매 환자가 익숙한 곳에서 나답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을 위한 거점으로 마련됐다. 치매 환자 본인을 포함해 지역사회와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다.
센터의 주요 역할은 ▲치매 관련 정보와 지역 이벤트 등의 홍보 ▲치매 서포터즈 양성 강의 등 교육 ▲치매 환자와 가족, 지역 주민 등의 지역 활동 지원 등이다. 또 치매 환자를 비롯한 지역사회, 기업, 단체가 각각 연계해 치매와 공생하는 마을 만들기를 위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미즈 하야토 사이타마시장은 지난 5일 공식 메시지를 통해 “2040년에는 노인 인구의 약 15%가 치매에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치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치매 환자를 포함한 ‘공생사회’의 실현을 위한 마을 만들기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치매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치매 서포터즈’ 양성을 진행하고 있다”며 “저도 얼마 전 강좌를 수강하고 치매 서포터즈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안심하고 생활하고 누구나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 실현을 위해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