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6년 만에 손보는 ‘고령사회 대책’...독거·치매노인 급증 대비
日, 6년 만에 손보는 ‘고령사회 대책’...독거·치매노인 급증 대비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8.06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30년대 후반, 85세 이상 1천만 명 넘어...‘신체적 회춘’ 경제활동 참여↑
75세 이상 인지 저하자 보유 자산 200조엔...빈집 늘고 간병인 부족 심화
출처=일본 내각부
출처=일본 내각부

 

일본 정부가 급속한 초고령화로 예상되는 경제·사회적 변화를 맞아 대대적인 정책 손질에 나섰다.

6일 일본 내각부와 주요 매체에 따르면, 학계와 기관, 언론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유식자 검토회(이하 검토회)는 지난 5일 ‘고령사회 대책 대강’ 개정을 위한 회의를 열어 보고서를 정리했다.

고령사회 대책 대강은 일본 정부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립한 대책의 중장기적인 방향을 담고 있다.

앞서 내각부는 지난 2월 총리가 회장을 맡은 고령사회 대책 회의에서 저출산 고령화의 진행과 건강·평균수명 연장, 고령자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지난 2018년 개정에 이어 6년 만이다.

검토회는 보고서에서 고령사회 대책에 대해 “단순히 늘어나는 노년층을 지원하는 노력에 그치지 않는다”며 “앞으로 고령자 비율이 지금보다 더 커질 사회를 전제로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구 구성과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경제사회 주체의 부족, 경제 규모의 축소 외에도 고령 독거노인의 증가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인지기능 저하자 증가 등에 따른 다양한 영향과 문제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향후 2040년대 초반에 이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정점을 찍는 동시에 생산연령인구가 급감하는 구간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9.1%이며, 2030년대 후반에는 85세 이상 노인이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후 65세 이상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서지만, 저출산 영향으로 고령화율이 계속 상승해 2070년에는 38.7%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에 생산가능인구는 2040년까지 약 1,200만 명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내각부 홈페이지
일본 내각부 홈페이지

 

이에 따라 검토회는 세 가지 기본 축을 바탕으로 고령사회 대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첫 번째로 ‘나이와 관계없이 희망하면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경제사회 구축’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년 연속 전년 대비 증가하고 있고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검토회는 고령층이 ‘신체적 회춘’ 등으로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연령과 관계없이 각자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다양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를 위해 ▲노년기를 포함한 스킬업(Skill Up)과 리스킬링(Re-Skilling)의 확대 ▲디지털 등 기술 관련 학습의 충실화 ▲지역 및 온라인을 통한 학습 기회 확대 ▲기업 등의 취업 촉진 ▲근로 관련 제도 정비 및 활동 강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두 번째는 ‘고령기 독거노인의 증가 등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다세대가 함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 구축’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독거노인 수는 2040년에 2020년 대비 370만 명이 증가한 1,041만 명(남성 24.2%, 여성 28.3%)으로 예상된다.

독거노인이 늘면서 주택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고령자 입주에 대한 임차인의 거부감은 7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고령자의 이주 수요가 가장 높은 연령층이 75~85세로 늦어지는 추세인데, 이때 주거 환경 변화가 고령층의 심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 중 절반가량은 이주 상담을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공임대주택 입주 시 약 30%의 사업 주체가 보증인을 요구해 친인척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빈집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0년간 빈집 수는 1.4배 정도 증가한 900만 가구이며, 이중 사용 목적이 없는 집이 385만 가구로 같은 기간 1.8배가 늘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주택 수에서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은 13.8%로 역대 최대치다. 빈집의 절반은 상속으로 취득한 것이다. 이와 함께 빈집 소유 가구의 가계 부양자 중 65세 이상 노인이 60%가 넘는다.

또 간병 인력 확보 및 처우 개선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간병 인력은 약 215만 명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정점으로 치닫는 2040년 말까지 57만 명 규모의 간병인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왔다. 반면에 최근 1년간 간병에 따른 이직자 수는 연간 10만 명가량이며, 간병과 일 양립 곤란으로 입는 경제적 손실이 2030년에는 9조 1,792억 엔(한화 약 86조 5,0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치도 있다.

이에 따라 ▲주거 지원 강화 ▲빈집 대책 추진 ▲의료-간병 충실화 ▲간병 이직 해소 등을 제안했다.

 

일본 치매 관민 협의회 / 일본 내각부 홈페이지
일본 치매 관민 협의회 / 일본 내각부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고령화에 따른 신체·인지기능 변화에 대응한 세심한 시책 전개 및 사회시스템 구축’이다.

검토회는 특히 치매 노인의 급증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칠 부담에 대해 우려했다.

65세 이상 노인성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MCI) 환자 수와 유병률 추정치를 살펴보면, 노인성 치매 환자 수는 2022년 432만 명(유병률 12.3%)에서 2040년 584만 명(14.9%)으로 증가한다.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도 558만 명(15.5%)에서 613만 명(15.6%)으로 늘어난다.

더불어 노년층의 경제적 영향력은 전체 개인 소비액의 약 40%에 달할 정도로 막대하다. 또 75세 이상 연령층의 금융자산은 전체에서 약 30% 규모인 600조 엔(한화 약 5,646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200조 엔(한화 약 1,883조 원)을 인지기능 저하자가 보유 중이라는 보고도 있다.

이에 치매 등 인지 저하를 겪는 노인을 상대로 한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등을 앓는 고령층에서 방문판매나 전화권유판매 관련 상담 비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고, 특수사기 피해자 중 약 80%가 65세 이상 노인으로 나타났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반납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75세 이상 운전자의 사망사고 건수는 2020년까지 33건으로 감소했지만, 이후 증가 추세를 이어가며 지난해는 384건이 발생했을 것으로 일본 경찰청은 집계했다.

고령 보행자 사고 예방 대책 또한 중요하게 다뤘다.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2013~23년 합계 기준)는 도로 횡단 중 사고율이 65~69세에서 66.7%이지만, 85세 이상에서는 82.1%에 이른다. 같은 연령대에서 횡단보도 외 횡단 중 사고율은 각각 44%, 60.2%로 나타나 고령화에 따른 신체 및 인지 기능 저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경제활동 지원 ▲소비자 피해 예방 ▲인지기능 변화에 따른 교통안전 대책 ▲난청 등 감각기관 기능 저하에 대한 대응 등이 보고서에서 제안됐다.

일본 정부는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내각부를 비롯해 관계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