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청으로 등급 받은 건수 9만 7,233건...재심청구·행정소송도 가능
국내 65세 이상 인구가 지난달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이들의 경제적 부담 정도를 좌우하는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두고 심사의 정확성과 신뢰도에 대한 논란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치매, 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병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 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기 위해 2008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재원은 보험 가입자가 납부하는 장기요양보험료, 국가 지방자치단체 부담금 등으로 조달된다. 지난해 장기요양보험 재정수지는 수입 15조 721억 원, 지출 13조 6,966억 원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지난 6월 발간한 <2023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장기요양보험 누적 신청자 수는 142만 9,046명이다. 이 중 123만 8,495명이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았고, 인정자 수는 109만 7,913명으로 인정률이 88.6%에 이른다.
장기요양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건보공단에 장기요양인정을 신청해야 한다. 신청 대상은 만 65세 이상이거나 만 65세 미만이면서 노인성 질병을 앓는 자다.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건보공단 소속 직원은 신청자를 직접 방문해 장기요양인정조사표에 따라 심신 상태를 나타내는 항목 52개(▲신체기능 12개 ▲인지기능 7개 ▲행동변화 14개 ▲간호처치 9개 ▲재활 10개)를 종합적으로 조사한다.
방문 조사 결과는 의사 소견서와 함께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가 장기요양 등급을 심의·판정하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장기요양 등급은 ‘심신의 기능 상태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지표화한 ‘장기요양인정점수(이하 인정점수)’를 기준으로 한다. 인정점수(영역별 100점 환산 점수)가 산정되면 총 6개 등급(1~5등급 및 인지지원등급)으로 매겨진다.
1~4등급은 심신의 기능 상태 장애로 일상생활의 도움을 받는 정도에 따라 점수별로 나뉜다. 1등급은 일상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자(인정점수 95점 이상)에 해당하며, ▲2등급(상당 부분, 95점 미만) ▲3등급(부분적, 75점 미만) ▲4등급(일정 부분, 60점 미만) 순이다.
인정점수가 51점 미만이면 등급 외로 분류된다. 단,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제2조에 따라 노인성 질병으로 한정한 치매 환자는 5등급(45점 이상 51점 미만)과 인지지원등급(45점 미만)을 받을 수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장기요양 등급 현황은 ▲1등급 5만 2,913명 ▲2등급 9만 8,015명 ▲3등급 29만 7,796명 ▲4등급 49만 9,584명 ▲5등급 12만 3,971명 ▲인지지원등급 2만 5,634명으로 집계됐다.
또 연간 총 급여비용(지급 기준)은 14조 4,948억 원으로 조사됐다. 1인당 월평균 급여비는 전년도보다 6.1% 증가한 143만 9,200원이며, 이 가운데 공단부담금은 130만 9,897원으로 공단부담률이 91%로 나타났다.
등급 판정 결과에 따라 재가급여, 시설급여 등 장기요양급여도 차등 제공된다. 본인부담금의 경우 재가급여는 장기요양급여비용의 15%이고, 시설급여는 20%다.
재가급여(복지용구 제외)의 예를 들면, 월 한도액 기준으로 ▲1등급 206만 9,900원 ▲2등급 186만 9,600원 ▲3등급 145만 5,800원 ▲4등급 134만 1,800원 ▲5등급 115만 1,600원 ▲인지지원등급 64만 3,700원이다.
장기요양인정 유효기간은 ▲1등급 4년 ▲2~4등급 3년 ▲5등급·인지지원등급 2년이다.
따라서 신청자들은 등급 결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조사원이 매기는 점수가 등급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수준으로 조사 절차나 심사 과정에 정확성·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등급 외나 기각 및 각하 판정으로 장기요양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에는 재신청을 하는 절차가 있다. 지난해 재신청으로 인정받은 건수는 9만 7,233건이며, 이 중 1등급을 받은 경우도 2,084건에 달한다.
또 공단의 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결정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장기요양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재심 결과에도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이 공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 건수는 39만 8,896건이다. 같은 기간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기 전에 사망한 사람은 1,805명에 달한다.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는 신청인이 신청서를 제출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마쳐야 한다. 다만 신청인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한 경우 등 기간 내 등급 판정을 내릴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30일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