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vs 사익'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 둘러싼 기대와 우려..."사회적 신뢰 문제"
'공익 vs 사익'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 둘러싼 기대와 우려..."사회적 신뢰 문제"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8.3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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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등재 약물 연구 관련 이슈와 해법' 토론회 빅데이터 개방에 대한 첫 공론장
“국민건강과 의료 발전 위한 공적 기반으로 활용해 건강 편익 높이자”
“공적 자원인 빅데이터 제공의 투명성과 신뢰성은?...악용 막을 대책 마련해야”

단일 보험자로서 거의 전 국민의 보건의료 정보를 쥐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개방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단독 등재 약물 연구 관련 이슈와 해법'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열렸다.

건보 빅데이터는 산학연관을 중심으로 다방면에서 활용 가치와 잠재력이 큰 반면, 정보 제공의 대상과 범위와 관련해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보건의료 연구 발전과 혁신 신약 개발 등에 따른 국민의 건강권 향상, 제약·바이오 산업 활성화 등의 공익적 명분에 힘을 실는 의견에 맞서,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귀중한 공적 자산인 국민 개개인의 보건의료 정보가 사용자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오남용되거나 악용될 가능성,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공정성 및 투명성 미확보, 사후관리 부실 등의 반론 역시 거세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건보공단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약물의 안전성과 적정투약’ 지원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활용 연구 기준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온라인으로도 동시에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단독 등재 약제 관리 기준'에 대한 주제 발표와 더불어 보건의료 정부 기관 및 유관 기관, 학계, 제약·바이오업계, 의료계, 언론계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여해 건보공단의 빅데이터 개방을 둘러싼 각계의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돼 토론장 좌석이 거의 찰 만큼 큰 관심이 집중됐다. 

 

김재용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연구개발실장 / 황교진 기자
김재용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연구개발실장 / 황교진 기자

 

주제 발표에 앞서 김재용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연구개발실장은 “논란이 많은 주제였기 때문에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빅데이터는 국민의 건강 보장을 잘 운영해 달라고 맡겨진 것이다. 빅데이터 연구개발실의 제1 기본 원칙은 개인정보가 정보 주체에게 불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쓰이지는 않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빅데이터가 너무 크고 활용도가 높다 보니 최근 시민단체에서 개방 저지에 대한 기자회견도 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며 "공단에서 빅데이터를 관리하면서 잘못 쓰이는 것을 막는 수세적 고민을 해왔다. 그러나 다양한 잠재력과 활용도를 가진 빅데이터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보다는 적극적으로 정보 주체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이게 할 수 없을까에 대한 토론이 필요했다”고 이번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김 실장은 "빅데이터를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향을 모색해 가는 첫 번째 자리"라며 "앞으로 공단에서 적극적인 방향으로 이런 자리를 더 많이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1부 발제 시간에 김춘배 연세대 원주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최홍조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단독 등재 실사용 자료 분석 연구의 한계’를, 박상민 서울대병원 공공의료빅데이터 융합연구사업단장(가정의학과 교수)‘공단 빅데이터 연구를 통한 다빈도 처방 약제의 예상치 못한 건강 영향’을 이어서 김하성 한미약품 데이터전략그룹 그룹장‘제약회사에서 RWD(Real-World Data, 실제임상자료) 및 RWE(Real-World Evidence 실제임상근거)를 사용하는 방법’을 요약해 전달했다.

 

왼쪽부터 최홍조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박상민 서울대병원 공공의료빅데이터 융합연구사업단장, 김하성 한미약품 데이터전략그룹장 / 황교진 기자

최홍조 교수는 빅데이터 실사용은 설계와 방법론적 한계가 있고 전통적 근거 기반 의학이 인정하는 범위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제한적 범위에서 시행하되 연구 목적 내에서만 활용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다.

박상민 교수는 항생제와 진통소염제 등 여러 약제의 과다 복용과 부작용 예를 들며 빅데이터 기반 약물 안전성 평가가 필요하며 예상치 못한 건강 영향에 대한 보호와 건강 이득에 활용해야 한다는 논지를 전했다.

김하성 그룹장은 제약사 입장에 건강보험 빅데이터가 가지는 대표성, 완결성, 신약 개발 비용 및 시간 절감의 장점을 들어 환자들에게 효과성과 안전성을 지닌 약물을 제공할 수 있는 긍정성을 들어 단독 등재 약물을 위한 개방론에 힘을 실었다.

2부 토론 시간에 좌장을 맡은 김춘배 교수는 핵무기 개발을 예로 들며 과학의 발전으로 개발됐을 때 인류에게 유익할까에 관한 논의가 있었지만, 핵은 현대 사회에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며 문명의 이기로 활용되고 있으며 동시에 위협이기도 한 점을 제시했다. 빅데이터 개발 활용을 반대하는 사회적 욕구가 만만치 않으며, 보고로서의 주요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발전 방향으로 삼자는 취지를 언급했다.

먼저 줌으로 참가한 신주영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가 “단독 등재 약물을 급속도로 개발하는 환경에 신뢰성 문제가 있으며 학계와 산업계의 신뢰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활용 연구는 반드시 인과성이 있어야 과학이 발전한다”며 좀 더 나은 치료제 개발에 정확한 과학적 방법의 긍정론과 신중론을 함께 강조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춘배 교수와 학계, 제약바이오협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법조계, 언론사 등에서 참가한 토론자들

곽용태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이자 연세대 신경과 외래교수는 “제약회사가 만든 치매 약물을 실제 적용할 때는 매우 취약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로 인해 의외로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도 따른다. 환자와 국민을 위해 신약 개발 과정의 부작용과 취약한 면은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개발 과정의 정확한 임상 결과와 정보 개방 측면의 맥을 짚었다.

경대성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디지털헬스위원회 부위원장은 “산업계 입장에서 단독 등재 약물 연구의 정확한 연구 결과 도출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제약·바이오의 역할은 좋은 약을 개발해 국가 경제력 높이는 이바지해야 한다. 다양한 R&D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며 빅데이터 사용을 통해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빅데이터 활용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전했다.

김연용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공단빅데이터 전문위원은 “단독 등재 약물은 환자 입장에서 단독 등재가 아닌 약물보다 더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20년 된 약제만 연구하면 암 환자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외국의 가이드라인보다 한국적 특징에 맞는 지침이 필요하다. 최첨단 시대에 빅데이터 활용은 시대 흐름이다. 연구자와 환자들을 위해 개방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성을 위한 정확한 근거가 연구에 디딤돌이다”며 정책적 측면에서 활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병 공단빅데이터연구개발실 부연구위원(변호사)은 “단독 등재 약물 연구에 빅데이터를 완전히 개방하지 못한 배경은, 특정 제약회사 간의 불가피한 경쟁과 국민의 이익 침해 우려로 보수적 태도로 제한해 왔다. 빅데이터 부정 사용에 대해 2022년 4월에 부정 사용 금지 법규를 만들었다. 정당한 목적과 충분한 과학적 연구 목적으로 신청해 활용되면 좋겠지만, 특정 제약사가 다른 제약사 이익 침해 등으로 우려가 발생할 것을 고려해 엄격한 편이었다. 공단은 공익적 취지에 엄격히 맞추고 있다”며 특정 제약사만 위하는 정보는 배제하고 모두를 위한 이익이라면 안전성, 효과성 평가에 활용하되 사후 관리에 대한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해야 하며 데이터 제공의 현실적 고려 사항을 준수해야 하고, 개방에 대한 요구와 공익 측면에 맞는 가이드가 제시돼야 한다는 점을 전달했다.

양성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임상연구과 과장은 “규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규제의 수준은 어떠해야 하는가? 우리는 신산업(자율주행, 드론 등)에 대해 왜 타국만큼 허용해 주지 못하는가? 신사업은 아무도 해보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당사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기조에서 합리적인 법적 체계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빅데이터 개방 이슈는 정부의 책임과 연구자와 산업계의 신뢰 문제를 보완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석호 디멘시아뉴스 기자는 “언론에서 투명성과 가치성은 중요한 부분이며 빅데이터는 활용 가치가 높고 이해관계가 산학연관 각각 다를 수 있기에 공익적 차원에서 어떻게 다루는 것이 중요하지만, 공익과 사익을 나누는 것은 제도상 제약이 많다. 산업계는 개방에 대해 답답할 수 있겠지만, 국민의 데이터를 누구에게 어떤 과정으로 제공하고 누가 이익을 얻느냐, 설득하는 시간 필요하다. 제약사 혁신 신약 개발로 국민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만, 오남용이 아닌 악용의 문제 또한 주목해야 한다”며 언론인 관점의 의견을 전했다.

토론자 발제를 정리하며 김춘배 교수는 “빅데이터 활용에 있어서 악용의 문제를 면밀하게 다뤄야 하며, 현재 의료대란도 회의록 문제, 심의 과정 투명성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들의 부연 발표와 함께 객석에서 질문과 의견들이 이어졌다.

이성근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민에게 보편적 이득을 줄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국민이 우리에게 맡긴 데이터를 활용·개방할 때는 반드시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빅데이터 개방은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한 후 정보를 회수하거나 되돌릴 수가 없는 상황이 생긴 뒤 나타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그 이익이 어디에 어떻게 흘러가는지 충분히 파악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데이터 제공에 대한 투명성이 확인돼야 국민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오늘 활용에 관한 내용 위주여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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