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철학 관점에서 살펴본 노인과 치매 케어
종교와 철학 관점에서 살펴본 노인과 치매 케어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9.03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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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케어학회 주최, 인생의 마지막에 만나는 '치매'와 '돌봄'의 정신 조명

8월 30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임상실습교육센터에서 '치매케어 아카데미'가 열렸다.

아카데미를 주최한 (사)치매케어학회는 분기별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학회 이사 안팎의 의견을 수렴한 주제를 정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치매 케어의 다학제적 연구 발표로 치매 돌봄의 유익한 아카데미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24회 아카데미의 1부로 ‘노인 케어 기술 전문가 실습 과정’을 실시했다. 황재영 센터장(노인연구정보센터, 치매케어학회 국제이사)의 실습 교육 시간에 돌봄 현장 실무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보행이 불편한 어르신의 이동 케어와 휠체어에서의 자세 변환 등을 다루면서 동시에 돌봄 종사자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바른 케어 자세 방법 등 실무에서 필요한 방법론이 전수됐다.

2부에는 ‘종교와 철학 관점에서의 노인과 치매 케어’를 주제로 불교, 유교, 가톨릭교, 개신교 각각의 강사가 나서 노인과 치매 케어의 종교적 철학적 관점의 강연이 제공됐다.

 

불교 관점의 노인과 치매 케어를 강연하는 지현스님 / 황교진 기자

첫 번째 ‘불교적 관점에서의 노인과 치매 케어’의 연자로 강남구립 대치노인복지센터 관장인 지현스님이 발표했다. 지현스님은 “강남은 낮에는 직장인들 위주의 번화한 도시지만, 해가 지면 폐지를 줍는 어르신 등 차상위계층을 접하는 곳이며 높은 땅값으로 노인복지시설은 좁은 시설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부터 설명했다.

‘삶 그 정리의 시간에서’라는 제목으로 불교는 동자부터 어르신을 위한 쉼터까지 돌봄 기능을 갖춘 종교이며, 불교 경전에 이미 돌봄이 강조되고 있어 인도와 태국에 가보면 복지가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고 전했다. 자비와 연민을 행하는 것이 돌봄이며, 인생이 무상함을 진정으로 보여 주는 것이 늙음이라고 했다. 언젠가는 누구나 받게 되는 것이 돌봄이라고 덧붙였다.

지현스님은 “삶에 유통기간은 없습니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어르신과 소통한다고 했다. 여러분의 100세는 축하받을 수 있을까? 질문하며, 인생의 선택에 원플러스원은 없다, 모두가 되돌릴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이다, 호상이어도 아깝지 않은 삶은 없다는 세계관을 전했다.

치매는 내가 배려받은 만큼 남을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다가가야 하며, 불교에서 노년은 인생이 진정으로 무상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시기라고 했다.

일본의 호스피스는 홈리스 위주로 운영되며, 우리나라 초창기 요양시설은 고려장 하는 불효자 소리를 듣는 장소로 인식했다. 그러나 현대는 치매 어른을 집에서 모시면 집안 전체가 붕괴된다. 치매에 대해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하는데 문제는 제시하기 쉽지만 해결 방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일본은 요양사들에게 치매 어른을 전담시키며 일찍이 요양사의 번아웃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우리 요양보호사들도 모두 피곤해한다. 요양보호사의 급여와 업무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어르신에게 잔여 기능이 있어도 법적으로 활용하게 도울 수가 없다. 어르신에게 나물 기르기, 텃밭 가꾸기를 하시도록 하면 노동력 착취로 신고 된다. 그리고 요양시설에서 애완동물을 들일 수 없다. 치매 어르신에게 상호연대의 경험이 필요한데 지원하지 못하는 현실의 허점과 비효율적 제도도 꼬집었다.

지현스님은 마음 챙김에 요양보호사를 위한 마음 돌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만 있는데 요양보호사를 위한 돌봄도 함께 가야 한다. 돌봄 서비스를 하다 보면 자신의 돌봄도 누군가 제공해 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지만 채움 받지 못한다.

치매와 인권을 들어, 현대 사회는 어르신을 공경하는 사회는 아니며 측은지심과 이타심이 줄어드는 시대이고 인생 선배는 고리타분한 존재로 취급을 받는 것을 지적했다. 언젠가는 나도 돌봄을 받는 존재가 된다는 생각으로 이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현스님은 1997년부터 일본의 호스피스 병동을 직접 경험했다. 일찍이 안락사와 조력사 문제까지 다룬 일본의 예를 들며 치매 또한 깊이 연구하며 세부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요양보호사의 박봉과 노동의 강도 문제를 지적하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과 받는 입장의 마음과 태도도 정리돼야 함을 피력했다.

지현스님이 관장으로 일하는 노인복지센터의 슬로건은 ‘늙음을 인정하자’이다. 생로병사가 내 문제로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하며, 내게 치매가 왔다는 것을 느끼고 나의 늙음과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면서, 이제는 삶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받아들일 용기를 달라고 기도한다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유교 관점의 노인과 치매 케어를 강연하는 정두호 강사 / 황교진 기자

두 번째 시간으로 ‘유교적 관점에서의 노인과 치매 케어’란 제목으로 정두호 동국대 철학과 강사가 전했다. 그는 유교의 효와 돌봄의 개념으로 ‘돌봄의 한계를 효가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정 강사는 돌봄 노동의 이슈는 인문학계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현대에 효는 낡은 개념이고 고리타분한 이미지, 무조건적 복종과 수직적인 위계의 이미지로 퍼지고 있음을 언급했다. 서양에서 돌봄은 관계 중심 윤리로서 제공자와 수용자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행위의 윤리성과 개인의 자율성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정 강사의 강연을 요약하면, “현대에 돌봄은 상품화되고 있다.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돼 인간미가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조선시대는 치매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다. 평균 수명이 짧았고, 동의보감에 ‘건망=노망’으로 쓰여 있다. 따라서 치매 케어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이 없다. 정조의 일기장인 《일성록》에 치매가 등장한다. 영조가 치매를 앓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치매 증상을 나타낸 영조는 소화기 문제로 생각해서 탕약으로 치료하려고 했다.

장유유서(長幼有序), 어른과 아이에게 순서가 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신체를 잘 유지하는 것이 효의 기본이다. 동물과 사람이 다른 것은 공경하는 마음의 유무이며, 오직 음식 공양만을 효라고 하지 않는다. 마음과 더불어 몸가짐까지 중요시한다. 부모에게 잘못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어김이 없어야 한다. 유교는 살아 있는 부모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부모와 조상에게까지 몸과 마음을 다해 공경하라고 전한다.

동아시아 전반에 효가 나타나 있고, 유교가 효를 강조하는 것은 세계관 문제다. 기독교는 내세의 공간이 있지만 유교는 없다. 동아시아 세계관도 현세에 대한 논리 구조로 짜여 있다. 그래서 유교는 현세의 자유, 평등, 정의를 강조한다. 자유는 ‘자유가 보장되는 돌봄 중심 사회’를, 평등은 ‘평등한 돌봄을 재생산하는 사회’를, 정의는 ‘함께 돌봄을 추구하는 사회’를 말한다.

천만 노인의 시대 돌봄 윤리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사적 영역의 돌봄을 공적 영역으로 만들자는 것이 돌봄 민주주의 개념이다. 시민으로서 함께 돌보자는 것이다.”

정 강사는 이제 경제의 재화인 상품으로 활용하는 ‘돌봄’을 돌봄 제공자와 수혜자가 좋은 관계성을 두고 질 좋은 돌봄으로 순환시키는 것이 노인이 편안한 나라를 만드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치매 케어도 돌봄 수혜자인 치매 어른을 내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 가까운 사람부터 사랑하는 마음이 유교의 인(仁)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돌봄 제공자에 대한 전문 교육이 필요한 만큼 돌봄 제공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마무리했다.

 

가톨릭 관점의 노인과 치매 케어를 강연하는 김경옥 도로테아 원장수녀 / 황교진 기자

세 번째 연자로 쌘뽈요양원의 김경옥 도로테아 원장수녀‘가톨릭적 관점에서의 노인과 치매 케어’란 제목으로 강의했다.

쌘뽈요양원은 논산에 있는 장기요양 시설로 어르신 70명이 입원해 있다. 김 원장은 개신교와 가톨릭은 기반 정신이 같으며 하나님의 은총으로 노년기를 맞이한 분들은 존경받아 마땅한 돌봄 대상자라고 정의했다. 케어(Care)는 라틴어 ‘Cura’에서 유래해 ‘걱정, 노고, 불안’과 ‘배려, 헌신’의 두 가지 뜻으로 사용되는 데 물리적 측면과 정서적 측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어에 대한 독특한 관점으로 생물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사이슈 사토루는 “돌봄은 될 수 있는 한 피하고 싶고 성가시며 무거운 짐”이라고 했다. 돌봄이 힘겨운 건 명백한 사실이다. 돌봄은 돌봄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상호행위이며 복수의 행위자에 발생한다.

김 원장은 장기요양 시설에 입주하는 이용자의 신체적, 정서적 측면과 보호자의 정서적 측면을 전하며 요양시설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집이며 천상과 가장 가까운 집’으로 설명했다.

호스피스(Hospice)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이 품위 있게 지낼 수 있도록 의료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필요를 제공하는 사랑의 동반으로 정의했다. 호스피스는 오늘날 불치병뿐만 아니라 임종이 가까운 환자들의 더욱 나은 삶의 질을 향상해 주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간호공동체이며 그 관심은 환자와 가족에게 둔다고 설명하며 치료보다는 돌봄을 강조한다.

가톨릭에서 호스피스 영성의 기원은 연민과 측은한 마음을 내포한 깊은 동정심이다. 나 중심적 사고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가 되어 보는 실천적 자세의 철학이 요구된다. 성경에서 중풍 병자의 침상을 예수 곁에 보여 치료하려고 지붕을 뚫고 내려보낸 이야기를 들어 치매 어르신의 인간적, 영적 품위는 돌봄 제공자와의 관계 안에서 서로가 동반 상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휴머니티드 케어 정신인 질병 중심에서 사람 중심의 돌봄 철학을 설명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개신교 관점의 노인과 치매 케어를 강연하는 정경환 목사 / 황교진 기자

마지막으로 ‘개신교적 관점에서의 노인과 치매 케어’란 제목으로 나들이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하는 정경환 목사(치매케어학회장)가 강연했다.

정 회장은 노년의 역사를 설명하며 《돌봄민주주주의》의 내용을 소개했다. 한 개인을 ‘어느 엄마의 아이’로 존중하면서 돌봄인과 의존인 사이의 상생을 모색하며 돌봄 대상인 노인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의 강연을 요약하면, “역사에서 노인은 젊음을 그리워하고 나이 듦이 더해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대다. 높은 유아사망률과 낮은 기대 수명의 20세기 전에도 60세 이상의 노령자는 전체 인구의 10퍼센트나 됐다. 1350년에서 1450년에 흑사병이 돌면서 아이들과 젊은 성인이 죽고 노인들이 다수 생존하면서 노인이 권력과 부를 독점하게 됐다. 1480년부터 인구가 회복되면서 젊은 층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노인을 몰아내려는 분위기가 일었고, 금속활자가 발명되고 산업혁명 시대로 전환하면서 농경사회에서 경험과 연륜을 말로 전달해야만 생존하는 시대가 마감해 노인의 역할이 점차 상실됐다.

그리고 늙은 교황과 젊은 국왕의 구도에서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십계명의 제5계명 ‘부모 공경’을 성도들이 직접 읽고 부담을 가지면서 성부 존경과 결합해 노인 존중의 문화가 일어났다. 20세기에 와서야 노년까지 사는 인구가 늘어나며 ‘늙는다’는 것이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되었다.

개신교에서 예수의 부활이라는 경이로운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죽음 앞의 신도들은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목회자로서 치매인과 함께하면서 모든 가식이 사라졌다. 헨리 나우웬이 ‘정신 장애의 진짜 악은 고립감과 괴리감에서 격리와 소외 성향’이라고 했다. ‘내가 치매에 걸렸을 때’라는 것은 있어도 ‘만약 치매에 걸린다면’은 없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잃어버린 동전을 찾는 여자(누가복음 15장)’의 역할을 할 것이다. 치매에 우호적인 공동체로 가는 길은 인간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공동체가 되는 길밖에 없다.”

이어서 “목적이 앞서는 돌봄은 일방적인 폭력을 잉태하기 쉽다. 그런 돌봄이 조직화되고 돌보는 사람의 의식이 앞서 나가면 노쇠한 몸에서 나오는 신호를 잡아내는 감수성을 기를 수 없다. 간호, 요양 보호, 돌봄은 뉘앙스는 다르지만, 서로를 구속하는 행위다. 지배와 자유방임의 공통점은 당사자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양인에게 신은 항상 가슴에 품고 다녀야 하는 필수품이지만, 한국인에게 신은 필요로 할 때만 꺼내는 기호품이다. 한국인은 내세를 믿지 않거나 내세관이 불분명하다. 한국인은 자신이 무력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의존할 대상으로서의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상실의 시대에 의존할 대상은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 교회는 여전히 치매인, 장애인, 홈리스 들을 불편해한다. 이제나마 교회는 삶의 어둠과 동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회는 빛만 존재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다. 상실의 시대에 부분적으로라도 고독과 삶의 어둠을 품는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개신교 관점의 치매와 돌봄을 마무리했다.

 

질의응답 시간, 왼쪽부터 신수경 치매케어학회 교육이사, 정두호 강사, 김경옥 도로테아 원장수녀, 정경환 목사

아카데미를 마치며 정경환 치매케어학회장은 “치매 관련 학회에서 처음 해보는 시도로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자리한 치매 질환을 둘러싼 의미 부여는 종교성이 제공할 수 있다. 불교, 유교, 가톨릭교, 개신교의 시좌(視座)를 함께 살펴보면서 우리 인생을 죽음과 연결해 보는 시간은 모두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종교와 철학 관점으로 치매와 돌봄을 조명한 취지를 설명했다.

치매케어학회는 건축, 사회복지, 치위생, 작업치료 등 다학제적 접근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돌봄의 지식과 체계를 함께 공부하고 개선점을 모색해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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