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찾기 앱이 치매 위험을 알려준다
길 찾기 앱이 치매 위험을 알려준다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10.2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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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신경퇴행성질환센터, 스마트폰 데이터로 초기 치매 위험 감지 연구
스마트폰 길 찾기 앱이 치매 조기 발견 도구로 역할

스마트폰 길 찾기 앱 사용 데이터를 사용해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독일 연구진을 통해 발표됐다.

독일 튀빙겐에 있는 신경퇴행성질환센터(DZNE)의 객원 연구원인 나딘 디어쉬(Nadine Diersch) 박사는 “공간 탐색 능력의 결함은 알츠하이머병의 첫 징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한 대학 캠퍼스에서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는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주관적 인지 감퇴(SCD, Subjective Cognitive Decline)가 있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더 자주 멈춰서 방향을 바꾸는 것을 관찰했다. 이러한 행동은 SCD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식별하는 역할을 했다.

디어쉬 박사는 “30분 미만의 짧은 시간 동안 원격으로 길 찾기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나타나는 디지털 발자국으로, 실제 환경에서 초기 치매에 해당하는 인지 기능 저하가 있을 때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10월 3일 <PLOS Digital Healt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앱에서 구현된 모바일 길 찾기 작업 /
앱에서 구현된 모바일 길 찾기 작업 / https://doi.org/10.1371/journal.pdig.0000613

방향 감각 문제

연구에는 20대 중반에서 60대 중반의 남녀 72명이 참여했다. 48명의 노인 중 23명은 SCD를 앓고 있었으나, 신경심리 평가(Neuropsychological Assessments)에서는 정상 점수를 받았다.

연구 참가자는 모두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폰 앱의 안내에 따라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오토 폰 게리케 대학교 마그데부르크 의학 캠퍼스에서 5개의 건물을 혼자서 찾도록 지시받았다. 참가자들의 이동 패턴은 GPS로 추적했다.

참가자들은 실험 장소인 캠퍼스에 대한 지식이 비슷했고, 모두 스마트폰 사용 경험이 있었으며, 사전에 앱 사용 연습을 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30분 이내에 5개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젊은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더 짧은 거리를 걸었고 고령자보다 앱의 도움말 기능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으며, 고령자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고령자의 경우, 방향을 잃고 멈춘 횟수로 SCD 상태를 예측할 수 있었다. SCD가 있는 성인들은 교차로에서 더 많이 망설이는 경향이 있었다. 디어쉬 박사는 뇌의 실행 기능 감소가 이러한 결과를 설명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온전한 뇌의 실행 기능은 다양한 길 찾기 탐색 안내를 수행하고 경로를 계획할 때 효율적인 탐색과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연구는 이 주제에 대한 첫 번째 연구이므로 디지털 길 찾기 데이터에 대한 다양한 인지 프로세스의 정확한 기여도를 파악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디어쉬 박사는 “가까운 주변 환경에서 수행할 수 있는 이러한 스마트폰 길 찾기 과제는, 전문의에게 인지 및 임상 진단 필요성을 갖도록 하고 대상자를 계층화하는 등 문턱이 낮은 선별 도구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많은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치매 조기 진단의 게임 체인저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신경과 전문의 샤힌 라칸(Shaheen Lakhan)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치매 치료에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라칸 박사는 “우리는 스마트폰이 은행 업무부터 인간관계까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아왔으며, 이제 스마트폰이 뇌 건강 모니터링도 변화시킬 것이다. 이 독창적인 ‘디지털 스캐빈저 헌트(Digital Scavenger Hunt 스마트폰 등 디지털 장치를 사용해 주어진 단서를 따라가며 물건을 찾는 활동)’는 비용이 많이 드는 복잡한 테스트를 우회해 인지 기능 저하를 감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걸음 수와 칼로리를 추적하는 것처럼, 곧 탭 한 번으로 인지 건강을 추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에서 펼쳐지는 치매 예방과 치료의 미래다. 단순히 편리함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알츠하이머병이 우리를 잡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것을 잡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조언했다.

라칸 박사는 다음 단계로 스마트폰 앱을 디지털 치료제로 개발해 인지 기능 저하를 감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 또는 예방을 더욱 현실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잠재적인 문제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치매에 대비해 당신의 정신을 예리하고 회복력 있게 유지하도록 개인화된 두뇌 훈련 연습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독일연구재단(Deutsche Forschungsgemeinschaft)과 DZNE Innovation-2-Application Award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논문
Jonas Marquardt, Priyanka Mohan, Myra Spiliopoulou, Wenzel Glanz, Michaela Butryn, Esther Kuehn, Stefanie Schreiber, Anne Maass, Nadine Diersch. Identifying older adults at risk for dementia based on smartphone data obtained during a wayfinding task in the real world. https://doi.org/10.1371/journal.pdig.00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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