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가족 위한 힐링프로그램 ‘치유 베이킹 클래스’ 진행
치매 가족 위한 힐링프로그램 ‘치유 베이킹 클래스’ 진행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4.18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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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디멘시아도서관, 치매간병 스트레스 해소‧감정조절 기대

케이크 만드는 과정에서 마음의 평정 찾고…심리적 안정감 제공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 위치한 디멘시아도서관에서 18일 치매 어르신과 가족들을 위한 힐링프로그램 ‘치유 베이킹 클래스’가 열렸다.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 위치한 디멘시아도서관에서 18일 치매 어르신과 가족들을 위한 힐링프로그램 ‘치유 베이킹 클래스’가 열렸다.

18일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 위치한 디멘시아도서관에서는 치매 어르신과 가족들을 위한 힐링프로그램 ‘치유 베이킹 클래스’란 이색 행사가 열렸다. ‘치유 베이킹 클래스’는 케이크나 쿠키를 만들면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정조절 등을 목적으로 준비됐다. 

정유경 강사가 진행한 이 날 수업은 아이스 브레이킹에 이어 영상시청, 실습, 피드백 순으로 진행됐다. 아이스 브레이킹은 환자와 보호자와의 소울푸드이야기로 친근감을 유도했다. 

영상은 텔런트 김혜자 씨가 주연인 10분 분량의 ‘치매 걸린 어머니가 한겨울에 눈을 쓸고 있는 이유’를 그린 동영상이다. 치매에 걸렸지만 무의식 속에 아들이 다리를 저는 것을 기억해 눈이 오는 날이면 아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결같이 눈을 쓰는 어머니의 애틋한 사랑을 담았다. 

또 다른 영상은 스페인의 발레시안 요양원에 거주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마르타 곤잘레스는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음악을 듣자 놀라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50년 전에 발레리나로 이름을 날렸던 그녀는 음악이 흐르자 의자에 앉은 채 섬세한 표정과 몸짓을 지으면서 찬란했던 순간들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이 동영상을 본 많은 사람은 영원한 프리마 발레리나인 그녀의 예술과 열정에 찬사를 보냈다. 

실습시간이 돌아왔다. 이날은 ‘떠먹는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치매환자 가족 3명이 참석했다. 밀가루에 잘게 썬 당근과 호두를 넣고 반죽한 다음, 굽고 데코레이션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프고 얼룩진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케이크를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서 마음의 평정을 찾는 게 이 행사의 주된 취지다. 즉 케이크보다는 치매환자 및 참가자와 함께 즐겁게 지내면서 간단한 오락과 노래로 오감을 자극해 뇌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또 케이크를 만들면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표현하고 해소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잠깐이지만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해 준다. 

동영상을 보고있는 참가자들.
동영상을 보고있는 참가자들.

정 강사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기에 앞서 참가자들에게 위생장갑을 나눠주는 행위도 오락으로 승화시킨다. 위생장갑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참가자 앞으로 손을 쭉 내밀면서 “뽀뽀해줘야 나간다”라고 노래를 부르면, 참가자는 강사의 두 손안에 숨겨진 장갑을 빼느라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쿠키를 만들기 위해 당근과 호두를 넣는 이유는 씹는 식감은 물론 각각 눈과 뇌에 좋아 치매환자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날 강의는 첫날이라서 정유경 강사가 집에서 쿠키를 지름 5cm, 두께 0.7cm 크기로 구워왔다. 지름이 5cm 정도 되는 투명한 아크릴 원통에 쿠키-크림치즈-쿠키-크림치즈 순으로 넣고 맨 위에 다양한 색상의 깨알 같은 초콜릿을 알알이 뿌려주면 ‘떠먹는 쿠키’ 완성. 이때 크림치즈는 연유와 화이트 초콜릿을 섞어주면 된다. 

위생장갑을 받을 때처럼 참가자들이 쿠키를 받을 때도 “감사합니다”라고 리드미컬하게 대답해야 한다. 정 강사는 ‘떠먹는 쿠키’를 만들기 위해 쿠키를 아크릴 원통에 넣을 때 세 가지 마음을 담아서 함께 넣으라고 주문한다. 하나는 부모 사랑하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남편 사랑하는 마음, 나머지 하나는 자녀 사랑하는 마음이다. 

정 강사는 “치유 베이킹은 치매환자 간병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떨구는 시간이 되어야 하므로 오직 자기만을 위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면서 “베이킹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는 창조성과 집중력은 간병에 따른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완성한 다음 만끽하는 성취감은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정 강사는 2019년 케이크 디자이너 자격을, 이듬해인 2020년 제과기능사 가격을 취득한 후 현재 메타버스 공간에서 치유베이킹 수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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