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기어가고 통증 느껴지면 치매 의심…10년 일찍 치매 걸릴 가능성 더 커
다리가 근질근질하고 벌레가 기어가는 불쾌한 느낌이 든다. 또 다리가 당기고 쑤시며 저리고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수면 중 증상이 더 심해지면서 자꾸 다리를 움직이게 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하지불안 증후군(RLS)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국민의 5~10%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질환은 수면 부족, 우울증·불안, 식사 부족, 미세혈관병증, 저산소증과 관련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치매 위험 요소로 알려져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치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어수 연세대 의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새로 진단받은 RLS 성인 2,501명과 대조군 9,977명 등 총 1만2,478명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 RLS와 치매 발생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이 RLS와 치매, 알츠하이머병(AD), 혈관성 치매(VaD) 위험의 상관관계를 비교연구한 결과 RLS를 가진 성인은 RLS를 가지지 않은 또래보다 10년 일찍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더 컸다.
또 RLS가 있는 성인은 RLS가 없는 성인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46%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참가자 평균 연령은 73세였으며, 65%가 여성이었다. 참가자 중 874명(7%)이 추적 관찰 중 치매를 앓게 됐는데 이 중 475명(54%)이 AD에, 194명(22%)이 VaD에 걸렸다.
모든 원인 치매의 발병률은 RLS군(10.4%)이 대조군(6.2%)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D와 VaD(각각 5.6%, 2.6%)의 발병률도 대조군(각각 3.4%, 1.3%)보다 RLS군에서 높았다.
연구팀은 “RLS는 치매로 이어지는 사고력과 기억력 감퇴에 선행할 수 있다”면서 “이는 RLS가 치매의 위험 요소이거나 치매의 초기 징후로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RLS가 있는 노인의 인지 저하에 대한 정기적인 검진이 치매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조기 발견하고 개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보고서는 ‘알츠하이머 연구와 치료’ 온라인판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