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에게 치매를 묻다 ① 비전웍스뉴런즈 김민표 대표
소셜벤처에게 치매를 묻다 ① 비전웍스뉴런즈 김민표 대표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3.11.2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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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인지장애를 돕는 디지털치료제 개발
인지학습 솔루션 기술로 수출 판로 개척
치매 아웃(OUT), 민간 협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접근법 제안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치매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한 다양한 기업이 활동한다. 2017년 9월 ‘치매국가책임제’가 발표돼 치매를 개별 가정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에서 해결하는 정책이 시행 중이지만, 정부가 치매 가족의 고충과 필요를 치밀하게 파악해 촘촘하게 대응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민간병원 혹은 스타트업이 자기 열정과 자본을 투입해 치매인들에게 모세혈관처럼 뻗어가고 있다. 이런 모세혈관에 양질의 혈액을 흘려보내려 애쓰는 사회적기업들이 활동 중이다. 비전웍스뉴런즈도 치매 고통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는 소셜벤처 중 하나다. 10년 이상 사회적경제 영역을 떠나지 않고 사회문제 해결에 열정을 쏟고 있는 김민표 대표를 만나 사회적경제의 치매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민표 비전웍스뉴런즈 대표의 강연 모습
김민표 대표의 강연 모습 / 비전웍스뉴런즈

 

1. 사회적기업은 얽혀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와 대화하는 가운데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며 성장하는 기업이죠. 사회문제 해결 방안에는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지 않기에, 사회학적 상상력을 통해 창업자의 개인 경험과 사회를 둘러싼 맥락 간 인사이트를 찾습니다. 이색적으로 대표님은 사회학과를 전공하고 과학기술 아이템의 '비전웍스뉴런즈'를 이끌고 있는데요. 그동안 해결하시고자 한 사회 문제는 무엇이고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저는 ‘연쇄창업가’, ‘게임 개발자’, ‘벤처 투자자(액셀러레이터)’, ‘AI 연구자’, ‘사회적기업가’ 등 여러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3년 처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창업한 이래 지금까지 여섯 번의 창업 경험이 있습니다. 에듀테크, 문화예술, 기능성게임,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 글로벌컨설팅펌, 농업기술회사 등 여러 주제로 사업을 해 보았고, 현재는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를 앓는 분들을 위한 인지 훈련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지중재치료 기법을 활용해 치매를 지연시키는 기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치매 환자에게 인지자극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치료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전웍스뉴런즈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에 기반을 둔 방법으로 디지털치료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검증해 선진국의 디지털치료 기술을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2.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의 치매 환자를 돕는 데 집중하신 이유는 무엇이고 디지털치료제 개발까지 어떤 과정을 걸어오셨나요?

치매는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10% 그리고 MCI는 많게는 25%의 유병률을 보입니다. MCI는 정상군보다 치매로 이환될 가능성이 높아 '치매 골든타임'이라 부릅니다. 치매 이환 전 조기 발견 시기에 진단검사 등을 통해 효과적인 관리가 필요하죠. MCI 단계에서의 조기 진단과 인지 재활의 중요성에 착안해 MCI에 효과적인 솔루션을 연구해왔습니다.

초기 입문은 기능성게임(Serious Game) 개발자로 국내외 여러 게임 분야에서 수상 경험을 쌓았습니다. 게임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가로 임팩트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2017년 미국 법인을 설립해 디지털치료제 솔루션 기술의 수출 판로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거버넌스와 비즈니스모델, 사회혁신 비즈니스 윤리를 공부하는 경영학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임팩트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비전웍스벤처스의 액셀러레이터(초기 창업자의 선발과 투자를 돕는 전문 교육가)로도 활동 중입니다.

2013년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을 통해 소셜벤처와 임팩트비즈니스에 입문했고, 첫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구현제품)를 사회복지관에서 28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회불안증에 대한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기반의 사회 대처기술(Coping Skills)을 선보였습니다. 이후 지역아동센터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범교육을 확대하는 가운데, 인지 재활이 필요한 데이케어센터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사회불안증 디톡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연계 솔루션으로 신경가소성(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에 기반한 인지 재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검증 경험을 바탕으로 MCI 인지 재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데이케어센터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치매센터와 ICT 치매박람회 등에서 인지 능력 평가와 트레이닝, 액티비티 기능을 탑재한 브레인 피트니스 솔루션을 소개하는 기술 설명회를 했습니다.

 

3. 치매 환자 1인당 관리비용은 연 2,061만 원(2020년 보건복지부, 치매노인실태조사)으로 직접 의료비 비중이 높으며, 치매 환자 840,192명에 대한 국가 치매 관리 비용은 17조 3천억 원으로 GDP의 0.9%(2020년 보건복지부, 치매노인실태조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40년에는 56.9조 원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러한 현황에서 비전웍스뉴런즈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요?

비전웍스뉴런즈는 인지 재활 및 디지털치료제 솔루션을 개발하는 헬스케어 브랜드로 MCI 진단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브레인 피트니스 개념을 도입해 인지 기능을 진단하고 인지 재활 솔루션을 공급합니다. 마치 헬스장에서 개인 트레이너에게 퍼스널트레이닝을 받는 효과와 같은 개념입니다.

치매국가책임제도의 시행으로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치매 인지 프로그램은 공공섹터에 의존하기에 낮은 비용에 수동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민간 기업의 수익모델 또한 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치매 환자는 양질의 인지 프로그램의 혜택에서 멀어져 있는 구조입니다. 반면에 일본의 치매 돌봄 서비스는 민간 협력으로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국내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치매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공공주도 모델에서 민간 협업 모델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간 기업과 스타트업, 사회서비스 분야 소셜벤처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치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봅니다.

 

디지털치료제 솔루션 시연 모습
디지털치료 솔루션 시연 / 비전웍스뉴런즈


4. 치매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치매 환자와 가족들은 다양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치매 현장을 이해하고 있는 벤처가로서 우리나라 치매 정책이 개선해야 할 부분은?

한국의 치매 정책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치매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한 교육 및 홍보를 확대하고, 치매 치료 및 관리를 위한 인프라 강화라고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에 걸쳐 진행되는 치매 관련 정책은 부서 간의 연계와 협력이 부족합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치매 예방 계획을 수립하되 치매 치료 및 관리 인프라 확장, 정책 간 연계와 협력이 강화되길 바랍니다.

또한 지역사회 차원에서 치매 예방과 관리 프로그램을 주민들에게 선제적으로 맞춰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지역 보건소, 커뮤니티 센터 등에서 다양한 예방 교육, 건강 검진, 상담 서비스를 기다리지 말고 다가가는 접근 방식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치매 이해도를 높이고, 조기 발견 후 치료 과정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직면하는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저와 같은 소셜 창업가들이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치매 환자의 상태, 가족의 상황,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와 돌봄 서비스, 심리 지원 프로그램 시행, 법적 및 금융적 조언 등을 제공하는 사업 등을 펼치고 있고, 여러 소셜벤처 기업이 감정이해로봇, 동물교감 치유, 돌봄 상담, AI 기반 인지개선 프로그램, 스마트 에이징 서비스 등의 아이템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5. 한국의 치매 가족은 많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선진국에 비해 가장 시급한 도움책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치매 정책의 선진국인 미국의 국가 알츠하이머 프로젝트법(The National Alzheimer's Project Act, NAPA)은 치매 예방을 위한 홍보 및 교육 강화, 치매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의료 서비스 확대,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 서비스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한국의 치매국가책임제는 유사한 정책을 추구하고 있으나, 치매 예방을 위한 홍보 및 교육, 치매 조기 발견 및 의료 서비스 연결, 치매 환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는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치매 예방을 위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치매 예방과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교육을 확대해야 합니다. 치매 조기 발견 및 치료를 위한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조기 치매 선별 검사의 배포를 대폭 늘리고 치매 전문 의료 기관 또한 늘려야 합니다.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서비스 제공자를 제대로 교육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정부와 지역사회가 주최하는 치매 관련 교육 프로그램과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치매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예방 및 관리에 대한 정보를 알아두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치매 조기 발견과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고, 주변의 치매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선제적으로 조기 검진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지역사회 내에서 치매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치매 환자가 존중받는 환경에서 살도록 돕는 의식이 조성돼야 합니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심리적, 정서적, 경제적, 법적 지원을 강화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하고요.

국민 전체가 자기 가족이 발병하기 전부터 치매에 관심을 가지고 조기에 발견하고 발병 후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함으로 치매 사회로의 진입을 지연시키는 데 동참했으면 합니다.

 

비전웍스가 진행한, 치매를 알리는 브레인코디네이터 연수 과정
치매를 알리는 브레인코디네이터 연수 과정 / 비전웍스뉴런즈

 

6.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고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시니어 삶의 질 향상과 건강한 노화를 위한 사회적 지원이 요구됩니다. 건강한 100세 인생을 위해 사회적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초고령사회에서 시니어의 건강한 100세 삶을 위한 사회적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치매 조기 발견 및 치료를 위한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확대해 예방 및 치료에 힘써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시니어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돌봄 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가사, 요양, 간병 등 다양한 돌봄 서비스가 복합적으로 제공돼 시니어와 가족의 부담을 덜고,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도록 단계별 복지 서비스가 구축돼야 합니다.

특히 시니어가 사회에 참여하는 기회를 확대해야 합니다. 취업, 교육, 문화 활동 등 다양한 참여 기회를 제공해 시니어의 삶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정부, 기업, 사회적경제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시니어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세분화하고, 기업은 시니어를 위한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사회적경제는 시니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액티브 시니어의 일자리 확대를 위한 활발한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죠.

 

7. 대표님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저는 ”모두를 위한 차별 없는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MCI, 경계성 발달장애 등 인지 재활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대상으로 디지털치료제 솔루션을 계속 발전시켜 갈 것입니다.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차별점을 가지고,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나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보장해드리고자 합니다. 기존의 디지털치료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해 모든 연령층이 쉽게 접근해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의 혁신과 사회적 책임을 결합하고 있습니다.

 

8. 끝으로 치매 공감 언론 디멘시아뉴스에게 해주실 말씀과 사회적기업가로서 언론 매체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디멘시아뉴스는 제가 창업 초기에 자주 접속해 정보를 찾고, 마켓의 트랜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얻은 언론입니다. 오랜 기간 치매 유일의 언론사로 경험을 축적해 온 디멘시아뉴스에서 기술 트랜드와 사회서비스의 접목 현황을 자주 소개해 돌봄과 복지 영역의 성장에 도움을 주시길 바랍니다. 향후 디멘시아뉴스를 통해 치매 및 사회서비스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소개와 지원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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