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치매 치료에 '박차'
국내 기업들 치매 치료에 '박차'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2.26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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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바이오, 경구용 치매 치료제 'AR1001' 영국 임상3상 승인
뉴로핏-레디큐어, 인공지능 탑재된 치매 의료기기 공동 개발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과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물 연구 POLARIS-AD / 아리바이오

전 세계적으로 치매 치료를 위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그러나 개발 기간과 투입 자본에 비해 성과는 더딘 편이다. 국내에서도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매 치료제 개발에 여러 기업이 치열한 경쟁 중이다.

현재 널리 알려진 치매 치료제는 아밀로이드 표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모두 주사제다. 제7회 알츠하이머병 신경과학포럼(2.23~25)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도나네맙으로 2주 또는 4주마다 정맥주사로 투약한다. 투약의 번거로움에도 그 효과성은 인지기능 저하를 얼마나 지연시키느냐의 수준이다. 특히 국내 시판되더라도 일반 서민은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높은 약제비로 치료 범용성이 떨어진다. 치매 환자가 1년 넘게 높은 비용을 감당하며 긴 시간 내원해 주사를 맞으면서 부작용 위험을 피해 인지 지연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배경 속에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성을 반신반의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 상업화를 포기했다. 바이오젠이 라이센스를 취득한 개발 기간이 무려 17년이었고, 2023년 4분기에 지불한 프로그램 종료 비용만 6,000만 달러(한화 약 799억3천만 원)다. 오랜 기간 천문학적인 개발비를 투입해 탄생시킨 신약도 심각한 부작용과 미비한 효과, 상업화하기에는 높은 비용 등의 문제로 퇴출됐고, 시판을 시작한 레켐비 또한 3월 말까지 목표 대상자 1만 명이었으나 실제 투약 환자는 2,000명에 불과해 예상보다 부진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바이오기업인 아리바이오는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 치매 치료제 개발에 나서 진보를 보였다. 아리바이오는 26일 영국 의약품 및 의료제품규제청(MHRA)으로부터 먹는 치매 치료제 ‘AR1001’의 임상3상 ‘POLARIS-AD’를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POLARIS-AD 임상시험은 초기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대상자에게 AR1001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3상 임상시험으로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 부합하는 증상이 있거나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시험약 AR1001이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조사한다.

영국은 올해 1분기 말까지 AR1001 임상3상을 개시할 예정이며, 2022년부터 환자 투약이 시작된 미국(FDA), 한국(MFDS)에 이어 글로벌 임상시험의 세 번째 국가가 된다.

이번 임상은 총환자 수 1,250명 규모로 진행하는 다국가 임상 3상의 일부로 미국에서 600명, 한국에서 150명, 중국에서 100명, 영국과 유럽연합 7개국에서 400명의 환자를 모집해 AR1001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영국 임상3상 승인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환자들이 AR1001을 복용하는 중요한 성과이며, 향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임상시험을 이어가 2025년 말까지 최종 완료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엑스선 이용 뇌 내 면역계 기능 회복을 위한 치매 치료 시스템 '헬락슨' / 레디큐어
디지털 엑스선 이용 뇌 내 면역계 기능 회복을 위한 치매 치료 시스템 '헬락슨' / 레디큐어

한편, 뇌질환 영상 인공지능 솔루션 기업인 뉴로핏은 뇌 MRI에서 뇌 위축과 백질 변성을 분석해 다양한 뇌질환의 감별 진단, 예후 예측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 ‘뉴로핏 아쿠아(Neurophet AQUA)’를 개발해 치매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레디큐어는 치매 전용 방사선 치료 시스템 ‘헬락슨(HELAXON)’을 시제품으로 개발하는 기업이다. 레디큐어는 뉴로핏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헬락슨에 탑재해 경도인지장애 환자와 초기 치매 환자에게 디지털 엑스선 치료 시기를 결정하고, 치료 후 예후를 판단하는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뉴로핏은 AI 기반 뇌신경 퇴화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뉴로핏 아쿠아를 레디큐어의 치매 의료기기 헬락슨에 번들로 탑재해, 양사는 이를 기반으로 치매 치료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공동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뉴로핏의 AI를 활용한 뇌 영상 분석 기술과 레디큐어의 임상 및 비임상 연구를 통해 얻은 치료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비약물 치매 치료 기술을 도출해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빈준길 뉴로핏 대표는 “알츠하이머병 치료 시장이 커지면서 뇌 영상 분석을 활용한 진단과 치료 처방 모니터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뉴로핏의 뇌 영상 분석 기술로 임상시험군 선별과 약효에 관한 과학적 분석에 큰 성과를 내겠다”고 전했다.

정원규 레디큐어 대표는 “올해는 기존 환자들의 데이터를 이용해 치매 환자들의 뇌 위축 양상을 파악하고, 내년에 헬락슨을 통해 얻은 환자들의 임상정보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치료 솔루션 소프트웨어 개발해 난치성 치매를 당뇨나 고혈압 같은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전환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치매 환자수는 1억 4,000만 명이며,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6년 16조 원으로 추정한다. 국내 의약품 통계 분석 서비스 유비스트(UBIST)는 국내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평균 8.6% 증가해 2025년 3,600억 원 규모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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