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에게 치매를 묻다 ② 마음생각연구소 양은미 대표
소셜벤처에게 치매를 묻다 ② 마음생각연구소 양은미 대표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3.12.02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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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로의 진로 대신 치매 가족 돕는 데 투신
쉽고 재미있고 규칙적이며 성취감 얻는 "두뇌 건강 워크북"과 "시니어 절대 상식" 출간
치매 예방 생활 습관화 위한 치매 문해 교육 보급

디멘시아뉴스는 치매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기업가들을 만나 현장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고, 국가 정책에 제안하고 싶은 바는 무엇인지, 그리고 치매 인식개선과 초기 치매인을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무엇인지 들어보고 있다. 특히 공공의 선을 위한 기업가로서 소명을 소개해 사회 전체가 치매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자 한다.

이번 편은 치매 어르신과 그 가족, 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에게 쉽고 재미 있는 강의를 펼치며 관련 책들을 집필해 주목받고 있는 마음생각연구소의 양은미 대표다. 인터뷰 당일도 강의가 잡혀 있는 양 대표가 친히 디멘시아도서관을 방문해주었다. 치매 주제의 콘텐츠를 만드는 양 대표는 모든 치매 책과 자료가 모여 있는 디멘시아도서관이 마치 산소 같은 곳이라고 전했다.


 

디멘시아도서관의 치매 관련 책을 보고 있는 양은미 대표
디멘시아도서관의 책을 보고 있는 양은미 대표

 

1. 양은미 대표님을 소개해주세요. 가족과 친지 중에 치매 환자가 없는데도 치매 분야에 온 열정을 쏟고 계신데요. 치매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동기와 배경, 그 첫걸음부터 알고 싶습니다.

저는 카이스트에서 전산학을 공부한 뒤 유학을 마치고 대학교수의 진로를 가던 중에 남편의 유학 생활을 돕다가 대학교수 자리를 인생에서 내려놓았습니다. 40대 후반에 들어 사회 공헌을 하면서 경제적 수익도 생기는 창업을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미술심리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죠. 당시 초보 상담사인 제가 처음 만난 내담자가 치매 어르신이었습니다. 그전에는 주변에 치매인이 없었기에 치매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힘든 시간에 갇혀 사는 그 어르신의 모습에서 깊은 연민을 느꼈고 치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치매에 파고들어 공부하며 치매 예방 연구와 치매 인식을 개선하는, 치매 예방 전문가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2. 2021년 서울여성 창업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마음생각연구소는 언제 창업했고,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오셨나요?

2019년에 사회복지상담학 박사 학위를 받고, 바로 <마음생각>을 설립해 치매 예방을 위한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과 관련 콘텐츠를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모든 시니어 교육기관이 문을 닫으면서 1년 만에 폐업했습니다. 망막함을 뒤로 하고 2021년 창업 교육을 받고 다시 사업계획서를 준비해 여러 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마음생각연구소>로 재창업했습니다. 그해에 서울여성 창업아이디어 공모전에 응모해 대상을 받았고요. 초기에는 다른 두뇌 운동 교재와 마찬가지로 인지 개선에 좋다는 활동을 채운 내용의 교재를 발간했습니다. 인지가 정상인 분이 하기 좋은 《매일매일 두뇌튼튼》 시리즈와 인지 저하가 있는 분을 위한 《하기 쉬운 두뇌 운동》 시리즈를 만들었죠.

마음생각연구소가 개발한 교재들
마음생각연구소가 개발한 교재들

그 후 오랫동안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치매 예방 활동을 연구했습니다. 결국 치매 예방 활동은 생활 속에서 쉽고 재미있고 규칙적으로 할 수 있어야만 치매 예방 효과도 크고 생활 습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쉽고, 재밌고, 짧은 활동 시간에 할 수 있고, 성취감을 자주 느낄 수 있는 워크북을 개발했습니다. 어르신이 좋아하는 노래, 성경, 불경, 명시 필사 등 어르신이 추천한 활동을 반영해 두뇌 청춘 필사 워크북 시리즈를 펴냈습니다. 현재 《두뇌청춘 가요필사 인기 트로트》, 《두뇌청춘 성경필사 마태복음》 2종을 출간했고, 2023 시니어 라이프 스타일 박람회에 전시했는데 부스를 찾아주신 어르신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아 뿌듯했습니다.


3. 그동안 치매 어르신을 만나면서 어떤 경험을 하셨고 어떻게 돕고 계신지요?

다양한 증상의 치매 어르신을 만났는데 두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중증 치매 환자를 만나며 치매 어르신과 그 가족이 겪는 고통과 두려움을 많이 접했습니다. 그것이 치매 예방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됐죠. 매번 같은 말을 하시는 치매 어르신에게는 늘 처음 듣는 것처럼 대해 어르신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체득했습니다. 데이케어센터에서 전두엽 치매로 욕을 퍼붓는 치매 어르신을 만났을 때 그 행동이 나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치매 증상임을 이해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이 됐습니다. 감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치매 가족이 느끼는 돌봄과 심적인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는 경험이 됐죠. 이후 치매 문제뿐만 아니라 치매 가족의 심리 문제에도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4. 국가 정책에 대해 제안하고 싶으신 것, 우리나라 치매 정책의 허점을 새롭게 할 우선적인 노력이 있다면?

치매국가책임제도 덕분에 치매에 대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인식개선 노력이 진행됐지만, 치매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더 많은 정책과 수요자 중심의 세심한 지원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치매 예방에 비중을 두고 신중년 대상의 치매 인식개선 교육과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보급해 초로기 치매에 대처하고, 치매 부모 돌봄을 사전에 대비해야 합니다. 초로기 치매는 노인성 치매보다 가족의 안녕을 더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회 문제입니다. 빠르게 늘어나는 초로기 치매에 대한 예방과 지원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특히 중고생 대상의 치매 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해 청소년기부터 치매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하고, 배회하는 치매 어른을 돕는 방법, 집안에 계신 치매 조부모로 인해 겪는 문제에 대처하는, 치매 상식을 일찍부터 가지도록 교육했으면 좋겠습니다.

2023 시니어 라이프 스타일 박람회 부스에서 설명하는 양 대표
2023 시니어 라이프 스타일 박람회 부스에서 설명하는 양 대표

 

5. 사회적경제의 창업자들 중에 치매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분이 많습니다. 대표님은 사회적기업가로서 어떤 마인드와 목표를 갖고 계신지요?

저는 “혼자는 못 하지만 같이는 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문제에 접근합니다. 치매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가 해결할 수 있는 큰 사회 문제라고 접근하면 좋은 답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문제로 접근해서 생활 속에서 치매 예방 활동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여러 개인의 노력이 모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정체성은 “치매 예방의 생활 습관화”를 돕는 안내자입니다. 치매 상식도 친근하고 재밌는 구성으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전달하고, 누구나 쉽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개발해 퍼트리는 일을 계속 진행할 것입니다.

 

6. 우리 사회의 치매 가족은 많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도움책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돌봄 관련 종사자와 현장 활동가 층은 인력이 부족하고 노동 강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임금을 받고 있어 생활이 어렵습니다. 특히 사용자 측(치매 환자, 가족)의 현장 활동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겪는 어려움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죠. 활동가 분들이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편 돌봄을 받는 치매인과 그 가족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죠. 치매인을 돌보다 보면 경제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기본 생활에 대한 고통을 감수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간병과 치료 비용으로 한숨을 쉽니다. 배회, 망상, 폭력적 성향의 치매 환자의 경우 데이케어센터에서 돌보기 어려워 고스란히 가족이 전담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매전문병원을 늘리는 데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치매전문병원을 늘리기 어렵다면 치매전문 데이케어센터라도 많이 늘려서 경제 활동을 못 하는 치매 가족을 한 명이라도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오랜 돌봄으로 정서적 고통을 받는 치매 가족에게 상담 바우처를 제공하는 등 치매 가족의 정신건강 관리에 더욱 주목해야 합니다.


7. 양 대표님의 올해 가장 큰 성취와 내년도 계획은 무엇인가요?

《시니어 절대상식》 출간으로 많은 사람에게 치매 상식을 전달한 것과 2016년부터 시작한 치매 예방 교재 개발 연구의 마무리로 《두뇌청춘 필사 시리즈》를 개발한 것입니다. 2016년부터 시니어 교육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개발해왔는데 2023 시니어 라이프 스타일 박람회에 참가해 제품을 소개하고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칭찬을 받고 나니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제 이 두 콘텐츠를 기초로 내년에는 “치매 예방 생활 습관화”를 주제로 치매 문해 교육을 보급할 예정입니다. 전국 팔도 치매 특강과 생활 속 실천 가능한 치매 예방 활동을 강연으로 전파하고자 합니다.

이제는 치매에 대한 문해 교육을 서둘러야 할 시기입니다. 어르신의 디지털 문맹을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문해 교육 등 다양한 주제의 문해 교육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치매에 대한 문해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죠. 일본은 초등학교 과정부터 치매에 대한 교육이 커리큘럼에 들어가 있습니다. 마음생각연구소가 ‘치매 특강’으로 진행해 온 일이 다른 말로 표현하면 치매 문해 교육입니다. 2024년에는 치매 문해 교육이 다른 문해 교육들과 마찬가지로 비중 있게 진행되도록 여러 기관의 문을 두드려 볼 계획입니다.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치매 극복의 날 특강 중인 양 대표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치매 극복의 날 특강 중인 양 대표

 

8. 양 대표님 개인적 꿈, 종국에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오랫동안 어르신들의 집단 상담을 하면서 느낀 바가 있습니다. 나이 50세 넘어 꿈을 갖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나의 욕심이더군요. 우리 사회는 지나친 꿈 중독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하루를 즐겁고 건강하게 살아가면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꿈보다 하고 싶은 일은 제 절친과 <김 여사 양 여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아무 걱정 없이 군것질하고 별것 아닌 주제로 수다 떠는 모습과 유사한 콘텐츠 영상을 남기고 싶습니다. 조만간 그 친구가 은퇴하면 같이하기로 했죠(^^).

 

9. 끝으로 치매 공감 언론 디멘시아뉴스에게 해주실 말씀과 치매를 돕는 사회적기업가로서 이런 언론 매체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치매 예방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만들면서 디멘시아뉴스에서 많은 아이디어와 정보를 얻었습니다. 치매 공감 전문 뉴스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무척 감사합니다. 많은 치매 연구 논문이 나오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최신 치매 동향과 연구 소식을 전달해주는 디멘시아뉴스는 치매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저와 같은 사회적기업가에게 좋은 안내자가 되고 있습니다. 치매를 비롯한 시니어 건강 관련 사회적기업이 영세하다 보니 정보에 취약합니다. 이런 사회적기업들을 위해 치매와 시니어 웰라이프 관련 세미나와 포럼 등을 기획해서 정보의 접근성을 계속 개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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