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미 칼럼] 집 청소도 중요하고 뇌 청소도 중요하다
[양은미 칼럼] 집 청소도 중요하고 뇌 청소도 중요하다
  • 양은미 대표
  • 승인 2024.01.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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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도움 되는 습관

작년 말에 세면대가 막혀서 이런저런 방법을 총동원해 막힌 관을 뚫어보려고 했다. 결국 아주 강력한 세정제를 한 통 붓고 나서야 세면대 물이 시원하게 내려갔다. 고생하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 “진작 정기적으로 청소 좀 잘할걸” 후회막심이었다. 뇌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뇌에 노폐물이 쌓였는데 주기적으로 잘 청소하지 않으면 파킨슨이나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우리 집 세면대가 갑자기 막힌 게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더니만 결국 사달이 난 것이다. 뇌 속 노폐물도 청소를 주기적으로 할 수 있다면 뇌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24년 연초부터 시니어들에게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고규영 IBS 혈관연구단 연구팀의 “뇌 속 노폐물 청소하는 뇌척수액 배출 허브(Hub) 찾았다”는 연구 결과 발표로 ‘치매 해결할 실마리 림프관에서 찾았다’는 내용이 여러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연구팀은 코 뒤쪽에 거미줄처럼 얽힌 림프관이 뇌 속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주요 통로임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뇌의 노폐물이 이 림프관에 모인 뒤, 목 림프관과 목 림프절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라서 배출된다고 밝혔다. 목 림프관을 수축·이완시켜 뇌척수액 배출을 외부에서 늘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고규영 단장은 “이번 연구로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비인두 림프관망 기능과 역할을 규명하고 뇌척수액 배출을 외부에서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며, “치매를 포함한 신경 퇴행성 질환 연구에 새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비인두는 코로나 검사를 할 때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하면 딱 아픈 그 부분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치매 해결할 실마리 '림프관서 찾았다' / 2024.01.11. 뉴스데스크 대전MBC
치매 해결할 실마리 '림프관서 찾았다' / 2024.01.11. 뉴스데스크 대전MBC

뇌 청소를 자주 해서 퇴행성 뇌 질환을 예방하거나 악화하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 제시하고 있어 시니어들에게는 무척 가슴 설레는 연구 결과다. 꼭 그렇게 되면 좋겠다. 이 소식을 시작으로 올해는 더 많은 치매 해결에 도움이 되는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길 새해 소원으로 빌어본다.

 

림프가 순환해야 내 몸이 산다!

‘비인두 림프관이 노폐물 배출 허브’라는 말에 문득 림프 케어로 몸속 노폐물을 잘 배출하는 건강법에 대해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오래전에 읽었던 림프 케어 건강법을 알려주는 사토 세이지 박사의 《진짜 건강하려면 운동하지 마라》를 다시 꺼내 읽었다.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책 제목에 끌려서 덥석 집은 책이지만, 건강을 위해서 ‘림프 케어’ 하는 계기가 된 고마운 책이다. 의학 지식이 짧은 필자는 몸속에 혈액 순환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림프가 잘 순환해야 내 몸이 개운하고 가볍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는 방법도 쉬워서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게 큰 장점이다.

학창 시절에 생물 과목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림프, 림프관, 림프절 등 이런 용어가 생소할 것이다. 그래서 림프 케어법을 알아보기 전에 림프에 대해 먼저 짚어보겠다. 사람 몸의 60~70%가 수분이다. 몸무게가 60kg이라면 약 36kg에서 42kg 정도가 수분이다. 이 수분 중에서 약 3분의 1은 체액(혈액, 림프 등)이다. 이 체액 중에서 25%가 혈액이고 나머지 75%는 림프이다.

(주)마음생각연구소 제공
(주)마음생각연구소 제공

림프는 혈관에서 새어 나온 액체이기 때문에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혈액이 이동하는 혈관과 림프관은 별개의 체액 이동 경로이다. 림프는 모세혈관에서 새어 나온 액체이기 때문에 혈액이 아주 중요한 존재다. 혈액과 림프가 하는 일은 산소와 영양분을 운반하여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한다. 그리고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를 운반하여 세균과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원활한 혈액과 림프 순환이 건강을 위해 중요하다.

림프를 순환시키는 림프관들이 거미줄처럼 온몸에 퍼져 있다. 림프는 이런 림프관을 흐르는 ‘관내 림프’와 세포사이를 흐르는 ‘사이질 림프’로 두 종류가 있다. 그래서 몸속 구석구석 영양분과 산소를 세포에 공급하고 노폐물을 수거해 온다. 림프절은 세균 같은 이물질을 여과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혈액과 림프가 몸속을 돌아다니며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심장에서 신선한 산소를 갖고 나온 혈액이 동맥을 타고 흘러가는데, 적혈구만 그대로 혈관으로 지나가고, 적혈구가 없는 액체는 모세혈관에서 새어 나온 림프로 세포에 신선한 영양소와 산소를 전달해 준다. 적혈구가 없어서 림프 색은 빨갛지 않다. 세포는 림프에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아서 에너지로 변환하고 세포를 합성한다. 이때 생겨나는 노폐물을 림프가 흡수해서 림프관으로 운반한다. 노폐물은 림프절의 필터에서 여과된다. 일을 다한 림프는 림프관을 통해 정맥으로 들어가서 심장으로 돌아간다. 림프관을 지나가지 않는 림프는 이산화탄소와 함께 정맥의 모세혈관에 직접 흡수되어 심장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순환 과정을 쭉 살펴보니 림프는 꼭 우리에게 생필품을 전달해 주는 배달부이자 노폐물을 처리해 주는 고마운 청소부다. 이들이 없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불편하고 생활이 마비되는가? 마찬가지로 림프가 잘 순환해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림프를 자연스럽게 흐르는 몸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쉽게 하는 림프케어

혈액은 심장이 수축·이완하여 순환시키지만, 림프를 순환시키는 것은 근육의 펌프 작용이다. 림프관 주위에서 근육이 수축할 때 림프를 배출하고 팽창할 때 림프를 흡수하는 것을 반복함으로써 펌프 운동을 하여 림프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근육이 유연하고 부드러운 경우에는 림프의 흡수와 배출이 잘 되어 자연스러운 림프의 흐름을 만들어 내지만, 딱딱한 근육은 이 과정이 원활하지 못하다. 사토 박사는 이 과정을 물수건에 비유해서 쉽게 설명하였다. 젖은 물수건을 힘껏 비틀면 안에서 물이 강하게 나온다. 그리고 비튼 상태에서 물에 담그면 물이 들어올 틈새가 없어서 물을 흡수하지 못한다. 잡아당겨도 소용없다. 이때는 물수건을 비틀던 손을 풀어 느슨하게 잡은 뒤 물에 담그면 물이 들어올 틈새가 생겨서 스펀지처럼 물을 쑥 흡수한다. 그래서 사토 박사는 근육을 유연한 상태로 만들어 펌프 운동이 잘 일어나도록 하라며 근육을 느슨하게 만드는 8가지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가볍게 만진다 - 아주 약한 힘으로 몸을 만짐으로써 뇌에 신호를 보내면 뇌가 약한 전기 신호를 근육에 보내어 근육이 느슨해진다.
(2) 흔든다 - 딱딱해진 근육을 끝에서부터 살짝 흔들어 움직인다.
(3) 힘을 넣어서 힘을 뺀다 - 일단 힘을 넣고 그 반동을 이용해 힘을 빼는 방법을 사용한다.
(4) 숨을 내쉰다 - 숨을 천천히 내쉬면 부교감 신경이 우위에 서기 때문에 온몸의 힘이 빠진다.
(5) 균형을 잡는다 - 몸의 이상이나 통증의 원인은 근육 등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6) 동기 동조(어떤 구조 하나를 흔들면 이웃한 구조도 함께 흔들리기 시작)를 이용한다 - 주변의 근육을 느슨하게 하면 목표로 삼은 근육을 느슨하게 할 수 있다.
(7) 부드러운 말을 사용한다 - “말랑말랑”, “흐늘흐늘” 같은 말을 하면 근육도 느슨해진다.
(8) 주무르지 않는다. 누르지 않는다. 잡아당기지 않는다 - 주무르고, 누르고, 잡아당기면 근육은 느슨해지지 않는다. 여기서 림프 마사지와 림프 관리의 차이가 있다.

 

사토 박사는 림프 마사지에 대해 림프 순환을 생각한다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림프 마사지는 림프관이나 림프절에 정체된 림프를 억지로 흐르게 하는 것이다. 림프 마사지를 하면 일시적으로 개운하게 느껴지고 몸의 부기가 빠지는 듯하다. 위의 1번 조건을 생각한다면 강한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혈관에서 림프가 새어 나오지는 않게 된다. 그리고 근육도 딱딱해지기 때문에 림프가 순환하지 않으므로 얼마 안 있어 다시 림프관이 막힌다. 위에 제시한 8가지 조건 등을 고려해서 ‘사토식 림프 케어’를 고안하였다. ‘사토식 림프 케어’에 일본인들은 열광했다. 운동을 하지 않고도 쉽고 편안하게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물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근육을 이완시키는 마무리 활동을 하면 된다. 하지만 필자처럼 근육 트레이닝이 힘들고 괴롭다면 마음고생 몸고생 다 하는 것이다. 필자는 걷기와 간단한 체조로 건강 관리를 해왔다. 이제는 다시 한번 ‘사토식 림프 케어’를 잠자기 전에 실천해 보겠다. ‘사토식 림프 케어’의 기본 체조로는 ‘귓불 돌리기, ’한 손 만세 체조‘, 그리고 ’옆으로 누워 다리 돌리기‘가 있다. 이 3가지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만나볼 수 있다.

 

림프 케어 기본 체조 1, 귓불 돌리기

림프 케어 기본 체조 2, 한 손 만세 체조

림프 케어 기본 체조 3, 옆으로 누워 다리 돌리기

 

2015년 버지니아 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자 조나단 키프니스(Jonathan Kipnis) 교수가 뇌를 연결하는 노화된 림프관과 면역시스템이 알츠하이머병과 노화로 인한 인지 저하를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하였다. 뇌 림프계 기능을 높이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림프 케어를 해보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시간이 나고 생각이 날 때마다 해보자. 특히 숙면이 뇌 청소에는 아주 좋다는 것은 충분히 알려져 있으니 숙면하기 위해 건강한 생활방식을 실천하는 것도 꼭 기억하자.

 

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이사
세계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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